최근 프린스턴 대학과 암스테르담 대학의 연구자들은 저널 사이언스에 의외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나무를 갉아먹는 해충이라는 인식이 강한 흰개미(termite)가 사막화를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막화 방지를 위해 흰개미 군락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흰개미의 모습. Princeton University research suggests that termite mounds can help prevent the spread of deserts into semi-arid ecosystems and agricultural lands by providing a moist refuge for vegetation. Termite mounds store nutrients and moisture, and allow water to better penetrate the soil.
Credit: Photo by Robert Pringle, Princeton University Department of Ecology and Evolutionary Biology)
프린스턴 대학의 코리나 타니타 교수(Corina Tarnita, a Princeton assistant professor in ecology and evolutionary biology)와 그녀의 동료들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의 초원, 건조지대, 사바나의 생태를 연구했습니다. 이들이 주변 식생과 흰개미 탑(termite mound. 흰개미들이 만든 탑 같은 모양의 군락)의 연관성을 연구하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비슷한 강수량이라도 흰개미 탑이 있는 지역과 아닌 지역의 식생이 분명하게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수미터에 달하는 높이로 솟아 있는 흰개미 탑은 지하에서 부터 시작해서 지상까지 크게 자라있는 흰개미의 둥지입니다. 흰개미는 사실 개미 보다는 바퀴벌레와 더 가까운 곤충이지만 마치 개미 같은 집단을 이루기 때문에 흰개미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초식 동물로 장내 미생물이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를 분해해 주는데,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나무까지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호주에 건설된 흰개미 탑 http://en.wikipedia.org/wiki/Mound-building_termites#mediaviewer/File:Litchfield_National_Park-03.jpg )
초원과 사바나 지역은 5 단계를 거쳐 사막화가 이뤄집니다. 연구팀의 위성 사진을 통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흰개미 탑이 많은 지역에서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에서도 사막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는 사막화로 인해서 고통받는 여러 지역에서 특기할 만한 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전부터 흰개미 탑 주위에는 식물이 잘 자란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막화를 막을 수 있을 만큼 식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입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그 이유는 흰개미 탑과 흰개미의 둥지가 지하 깊숙에서 습기를 실어나르는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기전을 통해서 주변의 풀과 나무들이 잘 자라게 하는 것은 사실 흰개미들에게 매우 유리한 일입니다. 이 식물들이 흰개미의 먹이이기 때문이죠. 또 식물들 역시 이 지역에서 습기를 빨아들여 생존할 수 있도록 적응되었는데, 이는 일종의 공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식물이 풍부한 곳에는 초식 동물이 몰려드는데, 이들의 배설물이 비료 역할을 해주므로써 더 식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런 복잡한 생태 시스템은 아마도 오랜 세월 진화된 것으로 서로가 먹고 먹히는 관계라도 하더라도 서로 공존하고 번성하는 자연의 순환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식물 입장에서 봤을 때, 흰개미가 단순한 포식자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이와 같은 복잡한 생태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은 결국 사막화를 막고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자연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자연에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조화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J. A. Bonachela, R. M. Pringle, E. Sheffer, T. C. Coverdale, J. A. Guyton, K. K. Caylor, S. A. Levin, C. E. Tarnita. Termite mounds can increase the robustness of dryland ecosystems to climatic change. Science, 2015; 347 (6222): 651 DOI:10.1126/science.126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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