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흰개미가 사막화를 막는다 ?



 최근 프린스턴 대학과 암스테르담 대학의 연구자들은 저널 사이언스에 의외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나무를 갉아먹는 해충이라는 인식이 강한 흰개미(termite)가 사막화를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막화 방지를 위해 흰개미 군락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흰개미의 모습.  Princeton University research suggests that termite mounds can help prevent the spread of deserts into semi-arid ecosystems and agricultural lands by providing a moist refuge for vegetation. Termite mounds store nutrients and moisture, and allow water to better penetrate the soil.
Credit: Photo by Robert Pringle, Princeton University Department of Ecology and Evolutionary Biology

   
 프린스턴 대학의 코리나 타니타 교수(Corina Tarnita, a Princeton assistant professor in ecology and evolutionary biology)와 그녀의 동료들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의 초원, 건조지대, 사바나의 생태를 연구했습니다. 이들이 주변 식생과 흰개미 탑(termite mound. 흰개미들이 만든 탑 같은 모양의 군락)의 연관성을 연구하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비슷한 강수량이라도 흰개미 탑이 있는 지역과 아닌 지역의 식생이 분명하게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수미터에 달하는 높이로 솟아 있는 흰개미 탑은 지하에서 부터 시작해서 지상까지 크게 자라있는 흰개미의 둥지입니다. 흰개미는 사실 개미 보다는 바퀴벌레와 더 가까운 곤충이지만 마치 개미 같은 집단을 이루기 때문에 흰개미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초식 동물로 장내 미생물이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를 분해해 주는데,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나무까지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초원과 사바나 지역은 5 단계를 거쳐 사막화가 이뤄집니다. 연구팀의 위성 사진을 통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흰개미 탑이 많은 지역에서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에서도 사막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는 사막화로 인해서 고통받는 여러 지역에서 특기할 만한 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전부터 흰개미 탑 주위에는 식물이 잘 자란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막화를 막을 수 있을 만큼 식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입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그 이유는 흰개미 탑과 흰개미의 둥지가 지하 깊숙에서 습기를 실어나르는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기전을 통해서 주변의 풀과 나무들이 잘 자라게 하는 것은 사실 흰개미들에게 매우 유리한 일입니다. 이 식물들이 흰개미의 먹이이기 때문이죠. 또 식물들 역시 이 지역에서 습기를 빨아들여 생존할 수 있도록 적응되었는데, 이는 일종의 공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식물이 풍부한 곳에는 초식 동물이 몰려드는데, 이들의 배설물이 비료 역할을 해주므로써 더 식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런 복잡한 생태 시스템은 아마도 오랜 세월 진화된 것으로 서로가 먹고 먹히는 관계라도 하더라도 서로 공존하고 번성하는 자연의 순환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식물 입장에서 봤을 때, 흰개미가 단순한 포식자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이와 같은 복잡한 생태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은 결국 사막화를 막고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자연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자연에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조화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J. A. Bonachela, R. M. Pringle, E. Sheffer, T. C. Coverdale, J. A. Guyton, K. K. Caylor, S. A. Levin, C. E. Tarnita. Termite mounds can increase the robustness of dryland ecosystems to climatic change. Science, 2015; 347 (6222): 651 DOI:10.1126/science.1261487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