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자는 것은 건강한 삶을 위해서 중요합니다. 충분한 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은 물론 잠의 질 역시 좋아야 다음날 생활하는데 무리가 없고, 건강하고 생산력 있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굳이 연구 결과 없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일 것입니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일을 하거나 일상 생활을 해보면 수면이 중요성을 모두 깨닫게 되죠.
여기까지는 특별한 연구 없이도 공감할 수 있지만, 특정 질환과 불면증의 관계는 어떨까요? 불면증이 여러 가지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여러 질환이 불면증을 만들거나 악화시킬 수 도 있습니다. 최근 저널 Hypertension에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수면 시간에 관계 없이 불면증 및 과각성 상태에 있는 경우 고혈압의 유병률이 크게 올라가는 것 같다고 합니다.
중국 청두의 쓰촨 대학(Sichuan University)의 서중국 병원(West China Hospital) 의 연구자들은 불면증 환자와 정상 수면인 간의 차이점을 연구했습니다. 이들은 6개월 이상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만성 불면증 환자 219명과 정상인 대조군 9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불면증은 매우 흔한 질환으로 전세계 인구의 1/3-1/4이 일생 중 한번 이상 불면증을 호소합니다. 절대적으로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반드시 불면증은 아니며, 자신은 잠이 금방 든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수면에 들어가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이중에 과연 누가 불면증 환자인지 찾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객관적인 데이터 수집을 위해 연구팀은 다중 수면 잠복기 검사 (Multiple Latency Sleep Test (MSLT))를 시행했습니다. 얼마나 수면에 빨리 들어가는 지, 그리고 얼마나 깊게 수면에 이를 수 있는지를 측정한 결과 전체 임상 연구 참여자의 절반이 14분 이내로 수면에 들어가는 반면 14분 이상 시간이 필요한 사람은 절반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1/4은 17분 이상이 필요했습니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들의 약물, 카페인 복용력, 비만도 등 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여러 요인들과 혈압을 함께 조사해서 그 연관성을 확인했는데, 수면에 접어들기까지 14분 이상이 필요한 중간 정도 수면 장애/과각성(hyperarousal) 참가자의 고혈압 유병률은 300%나 높았으며 17분 이상이 필요한 그룹은 무려 400%나 높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는 침대에 누워서 빨리 잠이 들지 못하는 증세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 고혈압의 유병률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소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결과는 해석에 주의를 요할 수도 있습니다.
MSLT 검사에서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상 과각성 성태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흥분상태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과연 누가 이런 상태에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직장에서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입니다. 이런 경우 장기적인 스트레스 상태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혹시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런 경우 너무 피곤해서 잠이 금방드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반대로 걱정과 초초함으로 인해서 잠못이루는 밤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날 피곤과 과로과 겹치면서 더 과각성 상태가 될 수 있죠.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면 그 자체로 정말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당연히 심리적 흥분과 긴장 상태에 있기 때문에 혈압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즉 불면증과 고혈압이 직접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긴장 상태와 스트레스가 불면증과 고혈압 모두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죠.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연구 결과는 실제 임상에서 시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젊은 나이의 고혈압 환자의 경우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을 조사해 봐야 하는데 만성적인 과각성 상태와 불면증도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이런 부분을 같이 치료해주면 불필요하게 장기간 고혈압 약물을 복용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사족을 붙이면 이런 수면 부족 및 수면 장애를 겪는 경우, 낮 시간에 졸림을 쫓기 위해서 카페인이 든 음료를 마시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것은 다시 밤에 과각성 상태를 만들어서 수면 부족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다음날 커피나 카페인이 들어간 다른 음료를 먹게 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커피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잠을 잘 자기 힘들고 수면이 부족할 때는 좀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시대가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매우 흔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잘자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약 혼자서 해결이 안 될때는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과 치료를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이겠죠.
참고
Journal Reference:
- Yun Li, Alexandros N. Vgontzas, Julio Fernandez-Mendoza, Edward O. Bixler, Yuanfeng Sun, Junying Zhou, Rong Ren, Tao Li, and Xiangdong Tang. Insomnia With Physiological Hyperarousal Is Associated With Hypertension. Hypertension, January 2015 DOI:10.1161/HYPERTENSIONAHA.114.0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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