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는 이야기로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이야기와 '나는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말은 분명 먹는 양이나 운동량이 비슷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도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메카니즘은 현재도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도 살찌는 체질, 혹은 살이 안찌는 체질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은 이전 연구들에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만이 한가지 요인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식습관, 운동 습관, 직업,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환경적 요소와 더불어 유전자 역시 매우 다양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하나의 유전자가 아니라 복수의 유전자가 비만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죠.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 미시간 대학의 엘리자베스 스펠리오츠 박사(senior study author Elizabeth Speliotes, M.D., Ph.D., M.P.H, assistant professor of internal medicine and computational medicine and bioinformatics at the University of Michigan Health System) 와 그녀의 동료들은 자이언트 연구(GIANT research project)에 참여한 339,224명의 대상자에서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연구 대상자들은 체질량지수(BMI)를 비롯해서 여러 신체 데이터와 유전자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대상자의 유전 정보에서 연구팀은 97개의 비만과 연관성이 있는 유전자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분석한 결과, 단순히 누가 비만의 위험성이 높고 어떤 유전자가 비만과 연관성이 깊은지를 알아내는 것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이 연구를 통해서 과학자들은 왜 모든 비만 환자가 2형 당뇨나 고콜레스테롤 혈증을 일으키지 않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즉 비만하지만 당뇨나 대사 증후군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지 않는 개인들에 대한 단서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죠. 이는 역으로 비만 환자 중 특히 이런 질환에 더 위험한 그룹을 선정해서 더 적극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게 할지 모릅니다. 쉽게 말해 유전형에 맞춘 맞춤형 치료와 예방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이번 자이언트 연구 결과로 얻은 데이터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에 참여한 사나이산 병원의 루스 루스 박사(Ruth Loos, Ph.D., professor of preventive medicine at Mt. Sinai Hospital, and director of the Genetics of Obesity and related Metabolic Traits Program in the Charles Bronfman Institute for Personalized Medicine)의 설명입니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구체적으로 각 유전자의 어떤 변이가 어떻게 비만과 합병증의 발생에 관여하는지, 정확한 위험 그룹은 누구인지 밝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비만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를 대거 발견하고 그 변이를 대규모 인구집단을 통해서 찾아낸 성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이 연구에서 발견된 97개 유전자 위치(loci, 좌위) 중 56개가 새롭게 발견된 것입니다.
한편 이 연구와 동반해서 과학자들은 224,459명의 대상자에서 허리 - 엉덩이 둘레(waist-to-hip ratio) - 를 결정하는 49개의 유전자 위치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49개 중 33개는 이번 연구로 새롭게 드러난 위치입니다. 허리 - 엉덩이 둘레비는 복부 비만 및 내장 비만과 연관이 있으며 단순 비만보다 더 중요한 각종 만성 합병증의 예측 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으로 새롭게 발견된 유전자를 분석하면 누가 왜 비만이 잘 생기는지 더 명확하게 밝혀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만한 사람 가운데서 누가 더 합병증이 잘 생기는지도 알수 있겠죠. 이는 개인 맞춤형 치료 및 질병 예방에 응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제목과는 달리 살이 찌는 이유 가운데 환경적인 요인 역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유전적으로 살이 찌기 쉬운 사람이라도 음식량을 조절하면서 충분히 운동을 한다면 치료할 수 없는 비만은 극히 드물다고 하겠습니다. 유전자라고 해도 에너지 보존 법칙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먹는 에너지보다 소비하는 에너지가 많으면 지방은 반드시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결론은 유전자 탓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유전자의 차이는 누가 쉽게 비만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할 뿐이지 대개의 경우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비만은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게 쉽지가 않다는 것이겠죠.
참고
Journal References:
- Adam E. Locke et al. Genetic studies of body mass index yield new insights for obesity biology. Nature, 2015; 518 (7538): 197 DOI: 10.1038/nature14177
- Dmitry Shungin et al. New genetic loci link adipose and insulin biology to body fat distribution. Nature, 2015; 518 (7538): 187 DOI: 10.1038/nature1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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