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인간을 화성으로 - 핵추진 로켓과 우주선 코페르니쿠스



 나사는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로켓인 SLS와 오라이언(오리온) 우주선의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인류를 달 너머로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단계는 소행성이 될 것이며, 그 다음 단계는 화성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현재 예산 상태로는 본래 목표했던 달 기지는 어려워 보이고 사실 화성 유인 탐사도 예산이 허락할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나사는 자신들의 오랜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화성 유인 탐사를 (즉 화성에 미국인을 보내서 성조기를 화성 표면에 올리는 사업) 성공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수년전 나사는 DRA(Mars Design Reference Architecture) 5.0 연구를 발표하면서 매우 구체적인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을 밝혔는데, 그 핵심에는 열핵 추진 로켓(NTR: Nuclear Thermal Rocket)과 유인 화성 우주선 MTV(Mars Transfer Vehicle) 코페르니쿠스(Copernicus)가 있습니다. 





(유인 화성 탐사선의 상상도 Artist’s concept of a Bimodal Nuclear Thermal Rocket in Low Earth Orbit. Credit: NASA )   

 이 핵추진 우주선은 2020년 대 중반에 소행성, 2033년에는 화성 유인 탐사를 진행한다는 매우 구체적인 계획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궁극적인 목적인 화성 유인 탐사 및 화성 기지 건설을 위해서는 우주선만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나사는 화성 착륙선 및 화성 탐사차, 화성 유인 기지 모듈 등도 같이 연구 중에 있습니다. 

 일단 여기서 이 계획의 핵심인 열핵 추진 장치(Nuclear Thermal Propulsion)부터 설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은 이미 1950년대부터 다양한 원자력 추진 로켓을 개발해 왔습니다. 물론 냉전 시절 소련과의 군사적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었지만, 우주 탐사라는 목적 역시 같이 염두에 둔 것이었습니다. 다만 사고 위험 및 방사능 누출의 가능성이 매우 컸기 때문에 결국 이 계획은 연구 단계에서 더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이전 포스트 참고 


 현재 나사가 생각하는 방식은 핵 - 전기 방식(Nuclear Electric Propulsion (NEC))이나 핵 펄스 방식이 아닌 열핵 추진 방식의 로켓입니다. NTP 방식은 쉽게 이야기해서 원자로 내부나 밖에서 핵분열 반응으로 나오는 열을 이용해서 연료를 가열해 분사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액체 상태인 물이 기체가 되면 부피가 1700배 증가하게 됩니다. 여기서 나오는 뜨거운 기체를 이용해서 추진력을 발휘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 역시 연료가 필요하지만 화학 로켓과 대비하면 상당히 적은 연료로 많은 추진력을 낼 수 있습니다. 

 NTP 로켓은 1 kg 의 우라늄 연료로 200kWt 의 에너지를 13년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가열하는 액체 (이 경우에는 액체 수소)는 중간 중간 보충을 해줘야 하지만 연료의 수명은 매우 긴 편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면 핵추진 엔진부와 거주 모듈 사이에는 액체 수소 연료 탱크가 있습니다. 이 연료 탱크는 드롭 탱크 방식으로 교체하거나 추가로 연결이 가능합니다. 



(NERVA 계획에서의 열핵 추진 로켓의 모식도 NASA design for a Nuclear Engine for Rocket Vehicle Application (NERVA). Credit: NASA )    


 사실 기술적인 세부 사항은 오래전 개발이 진척되어 있어 새롭게 개발하는 것 자체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역시 사고와 방사능 유출의 가능성이겠죠. NTP 엔진의 디자인은 액체 수소를 직접 반응로에 넣느냐 아니면 한번 더 단계를 거치느냐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구조가 단순하고 출력이 높은 반면 방사능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높고, 후자는 방사능 유출 가능성은 낮은 대신 구조가 복잡하고 출력이 낮아집니다. 



(일명 전구 방식이라고 불리는 폐쇄 방식의 NTP 로켓 디자인. 액체 수소는 연료봉과 직접 접촉하는 대신 주변을 돌아 나간 후 노즐을 통해 배출된다. The closed-concept (aka. Lightbulb) gas core nuclear-thermal rocket engine. Credit: NASA )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디자인이 제안되고 있으나 이 중 어느 것도 아직 우주에서 테스트 된 적은 없습니다. 이에 반해 이온 플라즈마 로켓은 추력이 낮긴 하지만 이미 우주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RTG 같은 원자력 전지를 이용해서 이온 플라즈마 로켓에 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은 구조도 단순하고 사고의 위험성도 적긴 하지만 추력이 너무 낮다는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코페르니쿠스 MTV에 최종적으로 어떤 설계가 적용될 지 아직은 결정된 바가 없지만 이를 어떤 방식으로 운용할지는 어느 정도 컨셉이 잡혀있습니다. 우선 여러 차례의 SLS 로켓 발사를 통해서 몇개의 부분으로 구성된 코페르니쿠스 MTV가 조립됩니다. 그리고 유인 버전에 앞서 탐사 및 기지 건설에 필요한 장비를 실은 무인 우주선이 화성을 향해 발사됩니다. 이후 인간이 탄 우주선이 화성으로 향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물론 무사하게 귀환하게 됩니다. 



(화성 유인 탐사 컨셉. 출처 : NASA) 


 다만 이 계획은 핵추진 로켓에 대한 반대 여론을 무마시켜야 하는 것 이외에도 막대한 예산을 타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아마도 이것이 기술적인 어려움보다 더 극복하기 쉽지 않은 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사는 꽤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계획을 세심하게 준비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예기치 않은 문제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예산 문제가 그렇죠. 과연 나사가 핵추진 로켓을 쏘아올릴 수 있을지, 그리고 화성에 도달할 수 있을지 시간이 알려줄 것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