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원자력 추진 로켓을 개발하려 했던 것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계획은 1960년대에 절정을 이뤘지만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 나사의 예산이 극적으로 삭감을 당하면서 결국 1972년에서 1973년 사이 종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내용은 앞서 설명을 드린 바 있죠.
닉슨 행정부는 베트남전 및 미국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만, 어쨌든 이와 같은 예산 삭감은 나사가 다음 목표로 생각했던 화성 유인 탐사를 좌절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본래 폰 브라운을 비롯해서 나사의 여러 엔지니어들은 핵추진 로켓 (nuclear thermal rocket/NTR 혹은 Nuclear Thermal Propulsion/NTP)을 차기 화성 유인 탐사의 핵심으로 생각했으나 이는 없던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닉슨 행정부가 본래 진행 중이던 아폴로 계획까지만 진행하고 이후에는 예산을 주지 않았던 것이죠. 결국 인간 대신 로봇과 무인 탐사선이 태양계를 누비게 된 것은 닉슨의 공이 컸습니다.
이렇게 되자 화성 탐사를 위해 개발 중이던 핵추진 로켓 엔진들 - NERVA NRX/EST, NRX/XE 엔진 등 - 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해체되어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이 일이 꽤 충격이었는지 나사는 훗날 자신들의 기록물에 핵추진 엔진이 종말을 맞이한 것은 닉슨 행정부가 예산을 급격히 줄였기 때문이라고 적어 놓습니다. (In the late 1960's and early 1970's, the Nixon Administration cut NASA and NERVA funding dramatically... Eventually NERVA lost its funding, and the project ended in 1973)
우리식으로 말하면 'OOO 행정부가 예산을 삭감해서 개발에 실패했다.' 라는 식으로 항우연에서 적어놓는 식인데, 아무리 미국이지만 꽤 직설적인 화법인 것 같습니다.
(1967년 12월 1일 첫 번째 지상 테스트를 준비 중인 NERVA XE 엔진. 이 테스트에는 핵연료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이 근처에서 엔진을 검사 중에 있다. 1 December 1967: The first ground experimental nuclear rocket engine (XE) assembly, is shown here in "cold flow" configuration, as it makes a late evening arrival at Engine Test Stand No. 1 at the Nuclear Rocket Development Station, in Jackass Flats, Nevada. Credit : NASA)
아무튼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나사는 이제 다시 오리온 우주선과 SLS 를 이용해서 인간을 화성으로 보내려는 장기 계획을 들고 나왔습니다. 과연 화성에 성조기가 휘날리는 그날까지 안정적으로 예산을 타낼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문이지만 계획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죠. 그런데 40년만에 다시 화성에 가보려고 하니 역시 재래식 화학 로켓으로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당연한 사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물론 재래식 로켓으로도 얼마든지 화성 탐사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엄청난 양의 연료를 우주로 발사해야 하고 이는 곧 엄청난 비용으로 이어집니다. 이미 17조 달러가 넘는 미 연방 부채를 생각하면 실현 가능성이 아무래도 떨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사는 다시 핵추진 로켓의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들의 계획 안에 핵추진 로켓을 끼워넣게 되죠.
그런데 새로운 원자력 로켓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네르바 계획을 포함 당시 나사와 다른 기관들이 만든 실험적인 엔진들은 20여개에 달하지만 그 중 어느것도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일부는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방사성 폐기물로 처리되었겠죠. 설령 살아남았다손 치더라도 40년도 넘은 구세대의 유물을 다시 재활용하고 싶을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나사는 새로운 핵추진 로켓 개발을 위한 예산을 신청했는데 FY12-14 에 실제로 예산을 타내는데 성공합니다. Nuclear Cryogenic Propulsion Stage (NCPS)라고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25,000 lb (100 kN)급 열핵추진 로켓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40-50년전 기술에 비해서 현재 기술이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에 새롭게 엔진을 개발하는 것도 있습니다. 새로운 엔진은 네르바/로버와 그 친구들에 비해서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다만 네르바 시절의 노하우를 일부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나사는 새로운 핵추진 로켓을 개발하기 위해서 NTREES (Nuclear Thermal Rocket Element Environmental Simulator)라는 시설을 건설했습니다. 이곳에서 이산화우라늄(UO2) 60%와 텅스텐 합금 40%로 구성된 서멧(cermet: 세라믹과 금속 복합물질)으로 된 연료 시스템을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The NTREES primary chamber and diagnostic equipment (Photo: NASA))
(NTREES (Nuclear Thermal Rocket Element Environmental Simulator) in operation (Photo: NASA))
(Mike Houts, left, project manager for nuclear systems at the Marshall Center, discusses upcoming testing with Bill Emrich, who manages Marshall's Nuclear Thermal Rocket Element Environmental Simulator, or NTREES (Photo: NASA))
(Cross-section of an experimental fuel rod design for the Nuclear Cryogenic Propulsion Stage (NCPS) (Photo: NASA))
새로운 연료봉은 내부로 액체 수소를 흘려보내기 위한 작은 구멍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수많은 구멍들이 있는데 각각의 지름은 2mm 에 불과합니다. 분열 중인 핵연료 안으로 액체 수소를 흘려보내면 이 액체 수소들은 2750K까지 가열되어 분사되는데 엄청난 열에너지 덕분에 그 속도는 화학 로켓 분사보다 훨씬 빠른 10km/s 이상에 달합니다. 압력도 평방 인치당 1000파운드 정도입니다. 덕분에 기존 화학 로켓대비 절반의 연료로도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안전성에 대한 주의는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부분에도 많은 주의를 하고 있는데, 연료 겸 냉각제인 수소가 떨어지면 노심 융해(meltdown)가 일어나기 쉽상인 로켓이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죠.
NCPS는 시작입니다. 앞으로 10-12년에 걸쳐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서 대형 로켓 엔진을 개발하지 못하면 2033년에 인간의 화성 착륙은 꿈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번에도 화성땅에 성조기를 휘날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자꾸 시간이 늦어지다가 나사 입장에서는 악몽같은 이야기지만 오성홍기가 대신 휘날릴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예산 때문에 화성 탐사가 취소되었고, 그래서 엔진 개발은 중단되었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중단되지 않고 진행될 수 있을까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무튼 예산 말고도 핵추진 엔진에 대한 반대 여론도 무마시켜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족을 하나 더 달아야 하겠네요. 중간에 이전 네르바 계획 시절의 엔진은 대부분 해체되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일부는 아직 살아남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이 증거입니다.
(On the left, the Kiwi-A nuclear rocket engine, on the right the Phoebus 1 (Photo: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실물이 아직 남아있었다니 정말 의외네요.
참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