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말미잘(sea anemone)이라고 부른다면 분명 칭찬은 아닐 것입니다. 아주 하등한 동물이라고 생각하는게 보통이니 말이죠. 하지만 이 원시적인 강장동물은 사실 잘 발달된 근육은 물론 신경계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티모시 젤가 교수(Timothy Jegla, an assistant professor of biology at Penn State University) 연구팀이 PNAS 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말미잘과 인간의 신경 세포는 사실 같은 공통 조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말미잘의 사진. Complex nerve-cell signaling were traced back to common ancestor of humans and sea anemones.
Credit: Steve Rupp, National Science Foundation)
인간이나 말미잘의 신경 세포는 사실 비슷한 방식으로 전기 신호를 전달합니다. 바로 이온이 세포막 사이로 통과하면서 전기적 신호가 전달되는 방식이죠. (참고 : 신경 세포는 이온 통로, 이온 펌프등을 통해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의 이온을 세포막 안과 밖의 농도차를 만들어 막전위를 형성. 휴지 상태의 신경 세포에 역치 이상의 자극이 전달되면 신경세포가 활동 전위에 도달 -> 탈분극이 일어나 신호가 전달되는 것임.)이중에서 연구팀이 분석한 것은 칼륨 통로(potassium channel)에 관련되는 유전자들입니다.
이 칼륨 통로는 신경계를 지닌 다세포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실 큰 변화를 겪지 않았습니다. 초파리에 있는 유전자와 인간에 있는 유전자가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죠. 연구팀에 의하면 인간, 말미잘, 해파리에 있는 유전자는 결국 같은 종류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는 인간과 말미잘의 공통조상이 아마도 6억년 이전에 존재했으며, 신경 세포의 진화는 그 이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사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신경 세포의 진화가 매우 오래전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히 진화한 시기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아마도 6억년 이전이 유력한 시기라고 하네요.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연구에서 빗해파리(comb jellies, ctenophore) 의 신경에 존재하는 칼륨 통로는 나머지 그룹과는 달랐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도 설명한 바 있지만 빗해파리는 해파리와 비슷하게 생긴 구조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다른 계통의 동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3/12/oldest-branch-of-animal-tree.html 참조)
연구팀에 의하면 빗해파리가 가장 오래된 신경 세포를 지닌 동물일수도 있다고 합니다. 즉 과거 유즐동물문이 다른 동물들과 분리된 후 현재 우리가 가진 신경세포가 공통조상에서 진화된 것이라는 가설이죠. 그렇다면 아마도 빗해파리같은 유즐동물이 가장 오래된 신경 세포를 가진 살아있는 동물일수도 있습니다.
과연 6억년전 인간과 말미잘의 공통 조상 (즉 척삭동물문과 강장동물문을 포함하는 유즐동물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문의 공통조상)이 왜 신경세포를 진화시켰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 오래된 과거를 규명하는 것은 미래 연구의 몫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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