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고대 호미닌은 사냥만 한 게 아니라 사냥감도 됐다



 (OH 7 mandible with the two tooth pits that were documented and magnified separately. Credit: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2025). DOI: 10.1111/nyas.15321)





(Examples of tooth pits recorded from the leopard experimental sample (A–F) and the two tooth pits documented on the OH 7 mandible (G, H). Credit: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2025). DOI: 10.1111/nyas.15321)

고대 호미닌들은 수렵 채집인으로 도구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힘쎈 동물을 사냥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나중에 등장하는 호모 사피엔스나 네안데르탈시스에서는 어느 정도 들어 맞을지 몰라도 아직은 체구가 왜소하고 도구 사용 능력이 떨어지는 초기 호미닌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초기 호미닌이 다른 육식동물에 사냥당했을지 모른다는 증거들을 발견했습니다.

스페인 아칼라 대학 (University of Alcalá in Spain)의 연구팀은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협곡에서 발견된 두 개의 호모 하빌리스 화석 표본에서 대형 육식동물에 의해 물린 이빨 자국을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AI를 이용해 악어, 사자, 표범, 하이에나 등 당시에도 살았던 대형 육식동물의 이빨 자국을 학습했습니다.

총 1496개의 이빨 자국을 학습한 후 호모 하빌리스에 난 이빨 자국을 분석한 결과 이 이빨 자국의 주인은 표범일 가능성이 90%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근거로 연구팀은 호모 하빌리스가 이전에 주장됐던 것처럼 하이에나에 의해 다른 이유로 죽고 난 후 먹힌 게 아니라 표범처럼 직접 사냥을 하는 포식자에 의해 먹혔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적극적으로 사냥을 당했다는 뜻입니다.

사실 호모 하빌리스 뿐 아니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더 오래된 호미닌도 표범 등에 의해 사냥을 당했다는 증거들이 있습니다. 아직 도구 사용에 있어 호모 에렉투스 만큼 뛰어나지 않고 몸집도 작던 호모 하빌리스에게 표범 같은 대형 고양잇과 포식자들은 무서운 상대였을 것입니다.

뭔가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이 생가나는 대목인데, 영화와는 달리 모노리스와 마주치지 못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초기 호모 속 호미닌은 아마도 대형 육식동물에 취약한 상태였을 것입니다. 영화속 호미닌처럼 도구를 능숙하게 다뤄서 무기로 쓴 것은 아마도 훨씬 이후의 일이었을 것입니다.

(2001: A Space Odyssey - The Dawn of Man)

참고

https://phys.org/news/2025-09-hunters-ai-reveals-early-humans.html

Marina Vegara‐Riquelme et al, Early humans and the balance of power: Homo habilis as prey,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2025). DOI: 10.1111/nyas.1532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