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oon eating a wild mushroom. Credit: E. McLester/GMERC)
우리는 원숭이라고 하면 바나나 같은 과일을 좋아한다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물론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영장류는 나무에서 생활하면서 곤충이나 과일을 주로 먹어왔습니다. 따라서 후각보다 시각이 크게 발달한 특징이 있으며 비타민 C처럼 다른 포유류에서는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물질도 만들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적인 환경에서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류를 많이 먹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일은 1년 내내 먹기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열대 우림 지역이라도 건기와 우기가 있고 꽃이 피는 시기가 정해져 있어 과일을 구하기 힘든 계절이 오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 영장류들은 더 다양한 먹이를 먹게 되는데, 이중에는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먹이도 있습니다. 바로 버섯입니다.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의 테레사 슐츠 (Theresa A. Schulze, Leipzig University, Leipzig, Germany)와 동료들은 탄자니아에 서부에 있는 이사 계곡 (Issa Valley)에서 4년에 걸쳐 영장류의 생활을 관찰했습니다. 연구팀은 특히 세 종의 영장류 - 개코 원숭이 (baboon), 침팬지, 붉은 꼬리 원숭이 (red-tailed monkeys) - 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2019-2022년 사이 5만 회 관측했습니다.
연구 결과 이 세 종의 원숭이 모두 과일을 구하기 힘든 계절에 버섯이 중요한 먹거리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버섯은 침팬지와 붉은 꼬리 원숭이의 먹이의 2%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과일을 구하기 힘든 계절엔 매우 유용한 구황식품이 되어 줬습니다. 반면 개코 원숭이는 이름과 달리 버섯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1년에 2개월 정도는 버섯이 전체 음식 섭취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구황 작물이 아니라 훨씬 선호하는 음식이란 점을 시사합니다.
이렇게 같은 장소에 있는 생물이 다른 식량 자원을 선택해 서로 간의 경쟁을 줄이는 일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원숭이와 버섯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일 뿐입니다. 아마도 오래 전 호미닌 역시 현재의 영장류처럼 버섯을 마다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장류들도 먹을 수 있는 버섯을 구분할 수 있는 만큼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호모 소의 호미닌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직접적 증거는 4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치석 화석에서 발견된 버섯의 흔적이지만,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호미닌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버섯을 즐겨 먹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숲에 널린 것이 버섯인데,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후손 역시 버섯을 즐겨 먹는 건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09-mushrooms-early-human-diets-primate.html
Theresa A. Schulze et al, Mycophagy in Primates of the Issa Valley, Tanzania, Ecology and Evolution (2025). DOI: 10.1002/ece3.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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