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ic rendition of the Rhynie Chert in the Early Devonian period. Credit: Victor O. Leshyk)
(Technology allowed the researchers to identify this novel fungal species. Credit: Natural History Museum)
곰팡이 (fungus)는 죽은 동식물의 사체를 분해해서 다시 자연에 순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명체입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음식을 상하게 하거나 집안 곳곳 등장하는 불청객이지만, 사실 이들이 없다면 인간 뿐 아니라 전체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곰팡이가 일으키는 또 다른 곤란한 문제는 살아 있는 생물도 침범한다는 것입니다. 진균 (곰팡이) 감염은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감염과 함께 인류를 항상 위협해 왔습니다. 물론 식물도 예외는 될 수 없어 수많은 곰팡이 감염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영국 자연사 박물관의 크리스틴 스툴루-데리언 (Christine Strullu-Derrien, scientific associate at the UK's Natural History Museum)은 2015년 스코틀랜드 에버딘에서 발견된 리니 처트 (Rhynie chert)층에서 흥미로운 표본을 발견했습니다. 이 곰팡이 화석 표본은 데본기 초기인 4억 700만 년 전으로 것으로 지금은 멸종한 초기 육상 식물인 아스테로실론 막키에이 (Asteroxylon mackiei)를 침범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추가 표본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매우 다행하게도 연구팀은 자연사 박물관의 리니 처트 표본에서 두 번째 증거를 확인했습니다. 이 곰팡이는 분명 살아 있는 식물을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입니다. 별로 좋은 역할을 하는 곰팡이 같지 않지만, 연구팀은 피터 래빗 (The Tale of Peter Rabbit)의 저자이자 아마추어 진균학자인 베아트릭스 포터 (Beatrix Potter)의 이름을 따 포테로마이세스 아스테로실리콜라 (Potteromyces asteroxylicola)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질병을 일으키는 가장 오래된 곰팡이입니다.
하지만 학문적으로 보면 이런 이들 역시 중요한 사실을 보여주는 곰팡이입니다. 데본기 초기에는 아직 척추동물이 육지로 진출하지 않았던 시기이고 식물 역시 현재와 달리 매우 단순하고 작은 것들 뿐이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미 이 시기에도 곰팡이가 식물에 기생하며 병을 일으킬 정도로 복잡한 상호 작용을 하고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지금 보는 복잡한 생태계의 기초가 이때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곰팡이가 핀 음식은 절대 먹으면 안되겠지만, 사실 우리가 사는 생태계는 곰팡이에 많은 것을 의존하기 때문에 이들의 기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iology/worlds-oldest-disease-causing-fungu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432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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