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scopic image of E.coli bacteria. Credit: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인간의 기억은 세대를 넘어 전달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쉽게도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을 다시 배워야 합니다. 기록을 통해 과거에 축적된 지식을 빠르게 접할 순 있지만, 기억 자체는 매 세대 마다 새로 생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가장 단순한 형태의 생물인 박테리아에서 기억이 세대를 거쳐 전달된다는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물론 박테리아는 뇌나 다른 신경 조직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기억력 같은 것은 아니지만, 생존에 중요한 정보가 세대를 통해 전달됩니다.
텍사스 대학의 소빅 브하타카리야 (Souvik Bhattacharyya)가 이끄는 연구팀은 흔한 세균인 대장균을 이용해서 세균이 생존에 유리한 환경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당연히 그런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균의 경우 분열을 통해 빠르게 증식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몇 시간만 지나면 본래 있던 세균은 두 개로 분열되었거나 혹은 다시 다음 세대로 분열해 4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그렇다면 후손들도 이런 '기억'을 공유하는지를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대장균은 성장과 분열에 중요한 철 성분의 농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환경이 철이 풍부한 환경이라면 세균과 그 후손들은 모두 모여 생물막을 형성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억은 최소한 4세대, 길게는 7세대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철이 풍부한 환경이 살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후손들도 이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Video of bacterial swarm under a microscope. Credit: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사실 세균은 그냥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합니다. 그런데 힘들게 찾은 해당 환경에서 바로 이동하면 낭패기 때문에 해당 세대는 물론 곧 생성될 후손까지 같은 행동을 하도록 진화한 것은 매우 타당한 진화 방향으로 생각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렇게 후손들과 기억을 공유하는지도 궁금한 부분입니다. 여담이지만, 기억을 공유한다니 프로토스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11-bacteria-memories-generations.html
Souvik Bhattacharyya et al, A heritable iron memory enables decision-making in Escherichia coli,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3). DOI: 10.1073/pnas.230908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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