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e show enhanced food intake for HFD, but not NC, 24 h after PSS exposure. Credit: Nature Communications (2023). DOI: 10.1038/s41467-023-42623-6)
우리가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도 그에 맞게 반응합니다. 심박수가 빨라지고 땀이 나며 근육이 긴장 상태가 되어 도망치거나 싸울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갑자기 식욕이 증가하면서 무엇인가를 먹게 됩니다. 에너지를 쓰고 난 후 보충하는 건 당연하긴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 어떤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기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공대의 신소라 교수 (Sora Shin, assistant professor at the Fralin Biomedical Research Institute at VTC)가 이끄는 연구팀은 시상하부 (hypothalamus)가 스트레스 후 배고프지 않은데도 먹게 되는 감정적인 식이 (emotional eating) 현상을 조절하는 기전을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뇌에서 흔히 발견되는 물질 중 하나인 프로엔케팔린 (Proenkephalin)에 주목했습니다. 프로엔케팔린이 시상하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구팀은 시상하부가 식욕과 행동을 조절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감정적 식이와 어떤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을 통해 검증했습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천적인 고양이의 대변을 이용해서 쥐에게 스트레스를 줬습니다. 고양이 대변 냄새에 노출된 쥐는 민감하게 반응하다가 위협이 사라지고 24시간이 지난 후 갑자기 많이 먹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특히 고지방 식이 같이 열량이 높은 음식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 프로엔케팔린 뉴런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다시 검증하기 위해 빛을 이용해 프로엔케팔린 뉴런을 흥분시켜 다른 자극 없이도 과식과 비슷한 행동 패턴을 유도했습니다. 반면 이 신경을 억제하면 고양이의 냄새에 노출되어도 과식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스트레스 후 고열량 식이를 찾는 행동이 시상하부의 프로엔케팔린 뉴런과 연관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이를 차단해 이상 섭식 행동을 막고 비만을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본래 자연 상태에서는 자연스로운 반응이 현대인에게는 독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연구입니다.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는 주로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경쟁적인 환경 탓으로 매일 같이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고열량 음식은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보니 결국 과도한 열량 섭취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편리한 현대 문명이 인간에 꼭 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보여주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3-11-scientists-potential-brain-link-stress.html#google_vignette
: In-Jee You et al, Lateral hypothalamic proenkephalin neurons drive threat-induced overeating associated with a negative emotional state, Nature Communications (2023). DOI: 10.1038/s41467-023-426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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