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graph of a group of Epulopiscium viviparus bacteria. Credit: Esther Angert / Cornell University)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습니다. 복잡한 세포 내 소기관도 없기 때문에 대개의 식물이나 동물 세포 같은 진핵 세포와 비교해도 아주 작습니다.
하지만 항상 예외는 있게 마련입니다. 1985년 열대 바다 산호초에 살고 있는 양쥐돔 (brown surgeonfish, 학명 Acanthurus nigrofuscus) 장에서 발견된 에풀로피씨움 (Epulopiscium)과 박테리아는 대장균보다 부피가 100만 배 더 커서 맨눈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다세포 동물로 비교하면 박테리아계의 대왕고래급 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풀로피씨움: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703484&cid=61232&categoryId=61232
하지만 거대한 크기와 독특한 서식 환경 때문에 이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에풀루피씨움은 "생선먹기 축제의 손님(guest at a banquet of a fish)"라는 의미로 이름처럼 물고기 장에서 사는 혐기성 세균이라 구하기도 힘들고 배양도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DNA와 RNA가 거대한 세포 안에 퍼져 있어 전체 유전자를 분석하는 일도 어려웠습니다.
코넬 대학의 어셔 앤거트 (Esther Angert)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의 과학자들과 함께 에풀로피씨움 비비파루스 (Epulopiscium viviparus)의 유전자를 모두 해독하고 독특한 에너지 생산 능력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산소 없이 발효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혐기성 세균은 에너지 생산 능력이 낮습니다. 따라서 큰 몸집을 지탱하기 어렵습니다. 연구팀은 E. viviparus 유전자의상당부분이 숙주의 장 안에서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뽑아 내는데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주름진 세포막이 마치 미토콘드리아에서 볼 수 있는 에너지 전달 구조를 지녀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뽑아 냅니다. 이것은 아마도 수렴 진화의 사례 중 하나일 것입니다.
E. viviparus의 기이함은 번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세포를 두 개로 정확히 자르기 어렵기 때문인지 E. viviparus는 작은 자식세포를 최대 12개까지 세포 안에서 만듭니다. (사진 참조) 그리고 새끼를 낳습니다.
이런 독특한 거대 박테리아는 수십 억 년 진화의 결과물일 것입니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더 기이한 박테리아들도 숨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12-giant-bacterium-powers-unique.html
David R. Sannino et al, The exceptional form and function of the giant bacterium Ca. Epulopiscium viviparus revolves around its sodium motive forc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3). DOI: 10.1073/pnas.23061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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