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서 수술은 아무래도 젊은 사람보다 더 힘듭니다. 심폐 기능도 떨어져 있고 당뇨와 고혈압 같은 기저 질환도 흔합니다. 그리고 빈혈도 생각보다 흔한 문제입니다.
수술전 빈혈이 있는 경우 역시 수술 후 나쁜 예후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심한 경우 수술 전후로 수혈을 하긴 하지만, 남의 피를 받는 것 역시 어느 정도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일입니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토마스 스미스 (Thomas Smith)가 이끄는 연구팀은 노인에서 고산 지대를 모방한 저산소 환경이 헤모글로빈 수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산소 농도가 낮은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습니다. 낮은 산소 농도를 더 많은 헤모글로빈으로 보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스포츠 의학에서도 이를 응용해 1-2주 정도 저산소 환경에 의도적으로 노출시켜 지구력을 키우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노인 환자에서도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검증하기 위해 평균 나이가 64세인 노인 8명에서 저산소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대상자들은 1주 간 산소 농도가 21%인 일반 환경에서 검사를 하고 다시 1주간 산소 농도가 15%인 저산소 환경에서 생활했습니다.
저산소 환경은 아일랜드에 있는 국립 고도 훈련 센터 (National Altitude Training Center)를 활용했습니다. 참고로 15%는 해발 2438m (8000피트) 정도의 산소 농도로 일부 고산 지대 도시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연구 결과 대상자들은 짧은 기간 동안 헤모글로빈 수치가 13%나 증가했습니다. 수술 중 수혈을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린 셈입니다. 다만 실제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서 이런 방법이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대상자를 한 후속 연구를 하기 전까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는 의문은 이런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환자가 그렇게 많을지입니다.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도 많고 그렇지 않은 환자라도 일주일 간 밀폐 환경에서 생활할 환자가 그렇게 많을지 의문입니다. 또 밀폐 병실 역시 더 비쌀 수밖에 없어 의료 비용이나 자원 문제에서 걸리게 될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는 그럴 듯 하지만, 현재도 의료비 증가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실용적인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medical/pre-op-altitude-treatment-improves-hemoglobin-in-older-patients/
https://associationofanaesthetists-publications.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anae.16158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