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prano pipistrelle (Pipistrellus pygmaeus) weighs no more than a 20-cent coin. Tens of thousands of individuals fly south along the Baltic coast of Latvia in August and September. Credit: Christian Giese)
장거리 이동을 하는 새들은 지구 자기장을 감지해 수천km에 달하는 이동 경로를 정확히 찾아갑니다. 이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박쥐의 경우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소프라노 집박쥐 (soprano pipistrelle, 학명 Pipistrellus pygmaeus)는 몸무게가 몇 그램에 불과한 작은 박쥐이지만, 매년 유럽 북동부에서 남서부로 계절에 따라 이동합니다. 이들의 이동은 캄캄한 밤에 이뤼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박쥐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겐 놀라움의 대상입니다. 어두운 밤에 길을 잃지 않고 정확한 방향으로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독일 올덴부르크 대학의 올리버 린데케 박사 (Dr. Oliver Lindecke from the University of Oldenburg)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발트해 연안의 라트비아 파페 해변(Pape beach)에서 야생 소프라노 집박쥐 65마리를 포획해서 이들이 지구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알아낸다는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물론 소프라노 집박쥐를 포함해 어떤 박쥐에서도 자기장을 감지하는 기관이 발견된 적은 없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어두운 밤에도 정확한 방향을 찾는 비밀은 지구 자기장이 가장 유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팀은 박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은 헬름홀츠 코일 (Helmholtz coil)로 지구 자기장을 시계 방향으로 120도 돌린 각도의 자기장에 노출시키고 두 번째 그룹은 수평 방향은 물론 기울기까지 변화시켰습니다. 세 번째는 대조군으로 지구 자기장에만 노출시켰습니다.
실험 결과 자기장에 노출된 박쥐는 엉뚱한 방향인 북서쪽으로 이동했고 기울기까지 변화한 그룹은 특별한 선호 방향 없이 자유롭게 이동했습니다. 지구 자기장에만 노출된 그룹의 절반은 남쪽으로 나머지 절반은 북쪽으로 향했는데, 이는 평소에는 지구 자기장 방향으로 이동하되 정확한 방향을 잡기 위해서 해가 뜨는 방향 같은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박쥐가 초음파 외에 자기장도 감지할 수 있다는 예상치 못한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사실 연구는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쥐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자기장을 감지하고 이런 생체 나침반을 지닌 박쥐들이 얼마나 흔한지 밝혀내는 것이 새로운 과제가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12-migratory-earth-magnetic-field-behavioral.html
William T. Schneider et al, Migratory bats are sensitive to magnetic inclination changes during the compass calibration period, Biology Letters (2023). DOI: 10.1098/rsbl.2023.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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