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aerial view of the Amnya river and promontory; bottom: general plan of Amnya I and II, showing location of excavation trenches and features visible in the surface relief. Credit: Illustration by N. Golovanov, S. Krubeck and S. Juncker/Antiquity (2023). DOI: 10.15184/aqy.2023.164)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선사시대 초기 인류는 큰 집단을 형성하지 않았지만, 신석기 시대에 이르러 농경을 시작하면서 인구 집단의 크기가 커졌습니다. 그리고 토지를 두고 갈등을 벌이면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요새와 성 같은 방어시설을 건설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요새 건설은 이미 수렵 채집민 단계에서 시작되었다는 증거들이 있습니다. 베를린 자유 대학 (Freie Universität Berlin)이 이끄는 러시아, 독 연구팀은 시베리아의 외딴 지역에서 무려 8,000년 전 건설된 것으로 보이는 요새의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시베리아 북부 내륙 지방에 있는 암냐 강 (Amnya river)에 있는 이 요새는 강 근처의 언덕 위에 건설되어 있습니다. 그런 만큼 홍수에서 안전하고 적의 공격에서 방어가 용이한 지형입니다. 인적이 극히 드문 시베리아 오지에 누가 온다고 요새를 건설했을지 의문일수도 있지만, 연구팀은 당시 수렵 채집인들이 여기에 모일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바로 강에서 얻어지는 물고기입니다.
수렵 채집민은 아무것도 모르는 원시인이 아닙니다. 이들은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꽤 영리한 두뇌와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고기가 잘 잡히는 위치와 시기, 잡는 방법, 잡은 물고기를 장기 보존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물고기가 잘 잡히는 위치는 남들도 탐내는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지키기 위해서 요새가 필요합니다.
암냐 유적에서는 강 주변 언덕 위 흙벽과 함께 나무로 만든 방책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선사 시대 수렵인들은 엘크와 사슴을 사냥하고 그 뼈와 돌을 이용해 창과 화살 같은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잡은 물고기를 보존하기 위해 장식이 있는 토기를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이 유적은 곷 지형에서 건설된 가장 오래된 요새 유적입니다.
이런 점을 보면 농경이 문명 발달에 미친 큰 영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인간이 사회를 형성하고 문명을 발달시키는 방식은 훨씬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인류 문명이나 역사의 흐름은 간단한 공식이나 도식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려주는 연구 같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12-oldest-fortresses-world.html
Henny Piezonka et al, The world's oldest-known promontory fort: Amnya and the acceleration of hunter-gatherer diversity in Siberia 8000 years ago, Antiquity (2023). DOI: 10.15184/aqy.2023.164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