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public domain)
1형 당뇨 환자에서 류마티스 관절이나 아토피성 피부염에 사용되는 면역 조절 약물인 바리시티닙 (Baricitinib)이 당뇨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2상 임상 시험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언뜻 듣기에는 엉뚱해 보이는 연구이지만, 질병의 기전을 생각하면 이 연구에는 상당한 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1형 당뇨병은 잘못된 면역 반응으로 인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를 면역 시스템이 파괴하는 질병으로 서서히 인슐린 분비 세포가 사라져 결국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아토피성 피부염 역시 면역 세포가 우리 몸의 세포를 오인 공격하는 질환입니다.
바리시티닙은 면역 및 염증 반응에 관련되는 효소인 야누스 카이나제 Janus kinase (JAK) 억제제로 과도한 면역 반응을 차단해 자가 면역 질환을 개선하는 약물입니다. 호주 멜버른의 성빈센트 의학 연구소 (St Vincent's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 (SVI) in Melbourne)의 연구팀은 바리시티닙이 베타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세포를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임상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이미 면역 시스템에 의해 인슐린 분비 세포가 모두 파괴된 후에는 약물 복용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연구팀은 1형 당뇨로 진단 받은지 100일 이내인 환자 91명을 대상으로 2상 임상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대상자들은 2:1로 나뉘어 하루 4mg의 바리시티닙 알약이나 혹은 위약을 투여받았습니다.
48주간 실험을 진행한 결과 바리시티닙 투여군의 인슐린 분비 능력은 상당 부분 유지되었고 인슐린 주사 투여량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바리시티닙에 대한 부작용도 크지 않게 나타났습니다. 대상자를 늘려 더 장기간 투여할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바리시티닙이 1형 당뇨 초기에 매우 효과적인 약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참고로 실험실에서 바리시티닙을 투여한 면역 세포는 인슐린 부비 세포를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습니다.
(Without the treatment, the immune cells attack and kill the insulin-producing cells. Credit: St Vincent's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
(The immune cells are disabled and are unable to kill the insulin-producing cell. Credit: St Vincent's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
바리시티닙은 가격도 비싸지 않고 알약 형태로 쉽게 투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1형 당뇨 치료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3상 임상 결과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3-12-world-first-human-trial-arthritis-drug.html
Baricitinib and β-Cell Function in Patients with New-Onset Type 1 Diabetes,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23). DOI: 10.1056/NEJMoa2306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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