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let sea anemone. Credit: Gaëlle Botton-Amiot)
연합 학습 (Associative learning)은 어떤 반복된 자극에 대해 유기체가 반응을 학습하는 것으로 파블로프의 실험으로 처음 보고됐습니다. 유명한 개 실험에서 식사 때마다 종 소리를 들은 개가 종 소리만 들어도 침이 고이는 실험이었습니다.
연합 학습의 사례는 개나 사람은 물론 수많은 동물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스위스 프리보그 대학 (University of Fribourg)과 바르셀로나 대학 (Universitat de Barcelona)의 과학자들은 연합 학습이 중요한 장기 없이도 일어나는지 연구했습니다. 바로 뇌 없이도 학습이 가능한지 조사한 것입니다.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사실 뇌처럼 집중된 중앙 신경계가 없는 생물도 주변 환경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고 일종의 기억력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자포동물인 스칼렛 말미잘 (starlet sea anemones)이 연합 학습이 가능한지 검증했습니다. 다만 말미잘에겐 안된 일이지만, 음식과 종소리 대신 불빛을 비추면서 전기 자극을 줬습니다.
실험군의 경우 전기 충격과 동시에 빛으로 자극했고 대조군은 빛을 비춘 후 무작위적으로 전기 충격을 줬습니다. 전기 고문 (?)을 받은 불쌍한 말미잘들은 촉수를 거두면서 움츠러 들었습니다.
이후 연구팀은 전기 충격 없이 빛만 비추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동시에 자극을 받은 말미잘의 72%에서 촉수를 거두는 행동이 발견되었습니다. 뇌가 없는 단순한 신경계를 가진 생물이라도 학습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입니다.
참고로 자포 동물은 단순히 그물 같은 신경망을 지녔고 뇌는 물론 신경 덩어리인 신경절도 없는 생물이지만, 단순히 붙어서 고착 생활을 하거나 물에 둥둥 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천적을 피하고 먹이를 찾는 능동적인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뇌가 없어도 지능이 0이거나 기억력이 없는 생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4-starlet-sea-anemones-capable-associative.html
Gaelle Botton-Amiot et al, Associative learning in the cnidarian Nematostella vectensi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3). DOI: 10.1073/pnas.222068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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