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2억 5500만년 전 거대 양서류가 누웠던 흔적 화석



 (Comparison of Impression 2 from the palaeosurface (A) with a present-day body impression and trail of Alligator mississippiensis on the foreshore at St. Catherines Island, Georgia, United States (B). Photograph courtesy of St. Catherines Island Sea Turtle Program, Gale A. Bishop and modified with permission. C) A rhinesuchid temnospondyl such as Laccosaurus or Uranocentrodon is probably the tracemaker. Scale bar = 30 cm (A and B). Credit: Groenewald et al., 2023, PLOS ONE, CC-BY 4.0 (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지금으로부터 2억 5500만 년 전 이전인 페름기 말에는 악어와 흡사하게 생긴 거대 양서류가 살았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멸종 그룹인 템노스폰딜 (temnospondyls)은 생태학적 지위 역시 현재의 악어와 비슷했던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의 데이빗 그로엔왈드 (David P. Groenewald of the 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가 이끄는 연구팀은 페름기 말 카루 해 Karoo sea라는 바다에 접한 석호와 해안가였던 크와줄루-나탈 (KwaZulu-Natal) 주의 지층에서 대형 템노스폰딜의 흔적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흔적 화석은 주로 발자국 등이 갑자기 매몰되어 남은 흔적으로 멸종 동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이번에 발견된 화석은 발자국이 아니라 몸과 꼬리를 움직인 흔적이지만, 역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흔적 화석은 몸길에 2m 정도되는 리인슈치드 템노스폰딜 (rhinesuchid temnospondyl)의 흔적 화석입니다. 7개의 몸통 흔적과 꼬리가 이동한 흔적민 있고 발자국은 없는데 오히려 이것 덕분에 악어와 매우 유사하게 움직이고 생활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얕은 석호나 해안에 악어처럼 엎드리고 누워서 쉬거나 햇빛을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얕은 물이나 부드러운 진흙 위에서는 다리는 보조적 역할을 하거나 아예 접어서 옆으로 붙이고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전진했을 것입니다. 이는 현생 악어나 도롱뇽과 유사합니다.

생각해보면 물속에서 숨는데 휠씬 유리한 양서류였으나 물 위의 사냥감을 공격하는데는 불리했는지 결국 템노스폰딜은 트라이아스기 이후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악어의 조상에 그 자리를 넘겨주게 됩니다. 일부 템노스폰딜은 백악기까지 살아남았으나 이들도 백악기 중에 사라집니다.

아무튼 이 자국을 남긴 주인공은 진흙 속에서 꽤 좋은 휴식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3-ancient-giant-amphibians-swam-crocodiles.html

Unique trackway on Permian Karoo shoreline provides evidence of temnospondyl locomotory behaviour, PLOS ONE (2023). DOI: 10.1371/journal.pone.028235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