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rown bear in the woods, in summer. Copyright: Tobias Petzold, Ludwig-Maximilians University Munich. Credit: Tobias Petzold, Ludwig-Maximilians University Munich)
겨울 동안 동면을 했다가 봄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일어나는 곰 같은 포유류는 사실 생물학자나 의학 연구자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곰은 몇 달간 누워지내면서도 근위축이 생기지 않을 뿐 아니라 피가 굳는 혈전이나 욕창 같은 피부 질환도 겪지 않고 건강하게 일어납니다. 오래 누워 지내는 만성 질환자들과 비교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매티어스 만 (Matthias Mann, Director at the Max Planck Institute of Biochemistry) 이끄는 연구팀은 스웨덴에 살고 있는 야생 갈색곰을 대상으로 혈전을 막는 비결을 연구했습니다.
장시간 누워지내면 정맥에 피가 잘 움직이지 않는 일이 발생합니다. 고여 있는 피는 썩지는 않지만, 혈액 응고 시스템이 작용해 굳게 됩니다. 이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나 아니면 골절로 입원해 잘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지 마비 환자에서는 상대적으로 보기 힘들며 동면 중인 곰에서는 관찰되지 않습니다.
연구팀은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야생 곰을 마취시킨 후 혈액 샘플을 채취해 그 원인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혈소판은 계절에 따라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정밀 조사 결과 혈소판에 작용하는 면역 시스템의 반응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혈소판에 있는 2700개의 단백질의 활성을 분석하는 긴 과정을 통해 동면 중에 71개 단백질은 활동성이 증가하고 80개는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heat shock protein 47 (HSP47) 라는 단백질이 동면 중에 55배나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HSP47는 염증 반응을 직접 자극해 혈전을 생성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혈전 방지 약물 개발의 새로운 목표가 될 수 있어 주목됩니다. 미련 곰탱이 같은 말도 있지만, 사실 곰은 생각보다 영리할 뿐 아니라 이렇게 우리가 배울 부분이 많은 동물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4-paradox-thrombosis-hibernating-paraplegics-blood.html
Manuela Thienel et al, Immobility-associated thromboprotection is conserved across mammalian species from bear to human, Science (2023). DOI: 10.1126/science.abo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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