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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 손상에도 다시 헤엄칠 수 있는 칠성장어의 비결


 

(The sea lamprey is an important research organism for studying recovery from spinal cord injury. Credit: MBL Logan Science Journalism Program)

칠성장어는 매우 원시적인 척추동물 그룹인 무악류의 몇 남지 않은 생존자입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다른 척추동물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어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다른 척추동물과 달리 척수 (spinal cord)가 손상되어도 운동 능력이 상당 부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경우 척수가 손상되면 손상 부위 이하는 심각한 마비를 겪습니다.

척수손상: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2316

미국 버크넬 대학의 크리스티나 햄릿 (Christina Hamlet of Bucknell University)이 이끄는 연구팀은 칠성장어의 놀라운 회복 능력이 뛰어난 재생 능력과 더불어 고유감각 (proprioception) 덕분이라는 가설을 기반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고유감각은 근육이 수축하거나 이완하는 등 움직임에 대한 감각 피드백으로 이를 통해 우리는 눈을 감고도 걷거나 팔을 뻗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척추동물은 물론 곤충 같은 무척추동물도 고유 감각을 이용해서 움직임을 더 정교하게 통제할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몸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고유감각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719890&cid=42062&categoryId=42062

연구팀이 칠성장어가 뇌에서 오는 운동 신호를 제외하고도 고유감각을 이용해서 운동 능력을 회복하는 방식을 연구한 이유는 물론 사람에서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반신 및 전신 마비를 일으키는 척수손상은 생각보다 흔하며 사고로 인해 모든 사람에게 닥칠 수 있는 불행 중 하나입니다. 인간은 칠성장어처럼 신경 회복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대신 뛰어난 고유감각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서 운동 능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The most biologically plausible model of a lamprey spinal lesion shows how they might use kinesthesia (proprioception) to regain swimming ability. Credit: From Christina Hamlet et al, PNAS, 2023, DOI: 10.1073/pnas.2213302120.)

물론 사람은 칠성장어와 다르기 때문에 고유감각을 활용해 근육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신경 자극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현재 개발 중인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 (BCI)를 포함해 여러 가지 신경 자극 및 보조기를 효과적으로 재활에 활용하기 위해서 칠성장어의 뛰어난 고유감각 활용 능력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4-spinal-cord-injury-kinesthetic-movement.html

Christina Hamlet et al, Proprioceptive feedback amplification restores effective locomotion in a neuromechanical model of lampreys with spinal injuri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3). DOI: 10.1073/pnas.221330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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