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다리로 매달린 유대하늘다람쥐. 출처: wikipedia)
포유류는 독립적으로 몇 차례에 걸쳐 비행 기술을 터득했습니다. 가장 성공한 박쥐를 제외하고 생각해도 날다람쥐나 유대하늘다람쥐처럼 이름만 비슷하고 진화 계통상으로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포유류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찰스 페이긴 (Charles Y. Feigin)과 그 동료들은 유대류의 일종이면서 날다람쥐처럼 다리 사이에 얇은 막인 비막 (patagium)을 이용해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유대하늘다람쥐 (sugar glider)의 진화를 연구했습니다.
유대하늘다람쥐는 슈가 글라이더라는 이름처럼 나무 사이를 비행하면서 꿀과 열매, 그리고 종종 곤충도 잡아먹는 잡식 동물입니다. 주머니를 제외하면 외형적으로 날다람쥐와 매우 유사한 동물로 수렴 진화의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수렴 진화를 가능하게 만든 유전자는 Wnt5a로 피부의 증식을 유도해 비막의 초기 형태를 만듭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도 이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비슷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박쥐에서도 이 유전자의 활성화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마지막 공통 조상이 1억 6천만 년 전에 살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다만 연구팀은 쥐에서 Wnt5a를 자극해 하늘을 날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농담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진지한 이야기입니다. 비막을 만드는데 더 많은 유전자가 관련되어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비막을 만드는 모든 유전자를 알아낸다면 평범한 쥐나 주머니쥐가 글라이더 비행이 가능한 외형을 지니게 될지도 모릅니다. 혹시 사람도 가능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갑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3-marsupials-mammals-evolved-flight.html
Charles Y. Feigin et al, Convergent deployment of ancestral functions during the evolution of mammalian flight membranes, Science Advances (2023). DOI: 10.1126/sciadv.ade7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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