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K researchers have uncovered how F-pili, the appendages found on gut bacteria, exchange antimicrobial resistance genes. Credit: Jonasz Patkowski/Imperial College London)
항생제 내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항생제 내성균 사망자 숫자가 암 사망자와 비슷한 숫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요나츠 파트코우스키 (Jonasz Patkowski/Imperial College London)가 이끄는 연구팀은 항생제 내성이 전달되는 과정을 연구했습니다.
세균들은 분열법을 이용해 한 개의 세포가 두 개가 되고 두 개가 네 개가 되는 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숫자를 늘립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 과정에서 한 번 DNA 복제가 잘못되면 이후 그 세균의 자손들은 잘못된 DNA를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용한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필요한 유전자가 부족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원본 DNA를 지닌 세균은 거의 없어지고 결손 DNA만 지니게 될 것이기 때문에 세균들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유전자를 품앗이 합니다.
서로 다른 세포가 유전자를 교환하는 방식은 공중 급유기가 연료를 주입하는 과정과 다소 비슷합니다. 세균 표면에서 긴 실타래 같은 선모 (pilus, 복수형 pili)가 나와서 물리적으로 서로를 연결한 후 DNA 한 가닥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때 쓰는 선모를 접합형 선모 (conjugative pili)라고 부릅니다.
선모: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144955&cid=61232&categoryId=61232
과학자들은 선모가 장내 환경에서 열이나 산, 그리고 장의 물리적인 움직임에 의해 그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실제로 그런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대표적인 장내 미생물이자 일부 병원성 균주가 항생제 내성으로 큰 문제가 되는 대장균의 선모를 연구했습니다.
대장균의 선모 역시 여러 가지 유전자를 교환하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항생제 내성 유전자입니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 전달은 세균들이 빠르게 항생제 내성을 획득하는 비결 중 하나로 같은 종은 물론 다른 종의 세균에게도 내성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대장균의 선모가 생각보다 튼튼하고 열과 물리적 충격에 잘 견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항생제 내성(AMR)을 전달하는 F 선모 (F-pili)가 사실은 샘플을 흔들었을 때 오히려 더 잘 달라붙어 유전자 전달 효율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 장 운동으로 세균들이 섞이는 과정에서 서로 달라 붙어 생물막을 형성하면서 항생제를 회피할 방법이 더 늘어난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가느다란 국수가락처럼 쉽게 끊어지게 생겼는데도 의외로 튼튼한 선모의 비밀은 바로 서로 연결된 인지질 (phospholipid) 분자에 있습니다. 이 물질이 없으면 선모는 쉽게 부서지지만, 튼튼한 인지질 성분 덕분에 물리적 충격은 물론 세포가 사멸하는 섭씨 100도의 고온에서도 선모는 버틸 수 있습니다.
선모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은 결국 항생제 내성 전달 경로를 막을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선모의 훌륭함만 확인했지만, 언젠가 이를 방해할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37600-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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