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파리로 위장하는 데이지 꽃의 비밀



 (A real fly (right) lands on a daisy petal next to the fake fly (left). Credit: Roman Kellenberger/ University of Cambridge)



(The South African daisy produces a convincing fake fly on its petals. Credit: University of Cambridge)



(Researcher shows the fake lady fly. Credit: Jacqueline Garget/University of Cambridge)

남아프리카 데이지 (South African daisy, Gorteria diffusa)는 다른 데이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꽃가루를 옮깁니다. 바로 암컷 파리처럼 변형된 꽃잎을 이용해서 꽃가루를 옮기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곤충을 이용한 꽃가루 매개는 상호 공생 관계로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꿀벌은 꿀과 꽃가루를 얻고 식물은 꽃가루를 옮겨 후손을 얻습니다. 꿀벌이 많은 꽃가루를 옮길수록 미래에 수확할 꿀이 늘어나는 셈이니 꽃가루를 옮기는 수고는 당연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 데이지는 수컷 파리를 이용하기만 합니다. 아마도 이 파리가 꿀을 먹지 않고 주변에 적당한 매개 곤충이 없다보니 진화한 특징이겠지만, 꽃잎 일부가 암컷 파리처럼 변하는 방식으로 꽃가루를 옮깁니다. 파리 입장에서는 되려 남의 짝짓기만 돕고 내 찍짓기는 방해당하기만 하니 억울한 상황입니다.

(A male fly approaches a flower, lands on top of what he thinks is a female fly, and jiggles around. He’s trying to mate, but it isn’t quite working. He has another go. Eventually he gives up and buzzes off, unsuccessful. The plant, meanwhile, has got what it wanted: pollen. Credit: R. Kellenberger/ University of Cambridge)

케임브리지 대학의 버버리 글러버 교수 (Professor Beverley Glover in the University of Cambridge)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꽃에 어떻게 파리도 감쪽같이 속일 수 있게 진화했는지 유전자 레벨에서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의외로 적은 수의 유전자가 꽃잎을 파리처럼 바꾸는데 사용됩니다. 그것도 새로운 유전자를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유전자 3개를 변형한 수준입니다.

첫 번째 유전자는 철 이동에 관련된 것으로 꽃잎의 색상을 파리 비슷하게 바꿉니다. 본래는 꽃잎의 붉은색/자주색 색상을 의한 유전자이지만 적용을 달리해 파리 같은 푸른색/녹색계통으로 만듭니다. 두 번째는 뿌리 수염에 대한 유전자로 꽃잎의 형태를 암컷 파리 비슷하게 만듭니다. 마지막 유전자는 꽃잎의 위치와 관련된 것으로 랜덤하게 파리와 비슷한 꽃잎을 만들어 유인합니다.

이렇게 있던 유전자를 활용하는 방식은 진화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비결로 생각보다 빠르게 이런 형질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색상이 파리 같이 진한 꽃잎에 파리가 실수로 앉는 게 먼저였을 것이고 이후 나머지 형질이 차례로 선택되면서 이런 독특한 외형을 지니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생물의 기막힌 위장술이 생각보다 단순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생물들의 위장 비결 역시 궁금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3-deceptive-daisy-ability-fake-flies.html

Beverley J. Glover, Multiple gene co-options underlie the rapid evolution of sexually deceptive flowers in Gorteria diffusa, Current Biology (2023). DOI: 10.1016/j.cub.2023.03.003. www.cell.com/current-biology/f … 0960-9822(23)00270-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