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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도 배고픔과 포만감이 있다.


 

(The jellyfish Cladonema pacificum. Credit: Hiromu Tanimoto)



(GLWamide (green) expressed in neurons surrounding the Cladonema eyelet (black circle). Nuclei shown in magenta. Credit: Vladimiros Thoma)

과거 강장동물로 분류되었고 현재는 유즐동물과 분리되어 자포동물로 분류하는 해파리는 다세포 동물 가운데 몸의 구조가 가장 단순한 동물입니다. 생활사는 복잡하나 중추신경과 배설계가 따로 없고 소화계와 순환계도 분리되어 있지 않은 단순한 구조로 내배엽, 외배엽만으로 이뤄진 이배엽성 생물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고등한 척추동물인 몰고기를 사냥하는 등 생각보다 뛰어난 사냥꾼입니다. 더구나 그냥 물속을 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동하면서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잡습니다.

단순한 그물 같은 신경계를 지닌 해파리가 생각보다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알기 위해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일본 도호쿠 대하그이 발라디미로스 쏘마 (Vladimiros Thoma)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가운데 해파리의 섭식 행동을 조절하는 물질을 찾기 위해 유전자와 펩타이드를 분석했습니다. 적당히 배부른 해파리는 더 이상 먹이를 적극적으로 사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해파리는 아무 목적 없이 바다를 떠다니다가 재수 없게 걸린 물고기만 사냥하는 것 같지만, 그런 식으로는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물고기 역시 목적 없이 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능동적으로 사냥을 해서 먹이를 구해야 하는데, 아무 때나 움직이고 먹이를 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이미 잡은 먹이를 다 소화시키지도 못한 상태라면 소화에 집중하는 것이 새로운 먹이를 찾아 나서는 것보다 효율적입니다.

연구팀은 해파리의 신경계와 소화계에 포만감이나 배고픔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들이 소화계와 신경계가 많은 부분에서 조직을 구해 43개의 유전자와 이 유전자가 만드는 펩타이드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GLWamide (GLWa)라는 펩타이드 하나가 유력한 식욕 조절 물질로 드러났습니다. 이 물질은 포만감을 느끼게해 해파리가 먹이를 찾는 대신 소화시키는데 집중하게 만듭니다. 연구팀은 배고픈 해파리와 배부른 해파리를 대상으로 이 물질을 투여해 먹이를 더 이상 찾지 않게 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이 물질이 초파리에서 거의 같은 기능을 하는 MIP라는 물질과 유사하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초파리 같은 절지동물과 해파리 같은 자포동물은 다세포 동물 진화의 아주 초기에 공통 조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 시기에 이미 식욕 조절 메카니즘이 형성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4-peptide-suppression-jellyfish.html

Vladimiros Thoma et al, On the origin of appetite: GLWamide in jellyfish represents an ancestral satiety neuropeptid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3). DOI: 10.1073/pnas.222149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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