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가 무서운 이유는 뛰어난 번식력에 있습니다. 99%를 박멸해도 본래 숫자는 물론 1000%로 증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중국 서북농림과기대학 (西北農林科技大學, Northwest A&F University, NWAFU)의 과학자들은 바퀴벌레 가운데 가장 흔하고 큰 독일 바퀴를 짝짓기를 방해할 수 있는 효소를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암컷이 만드는 페로몬입니다. 암컷 바퀴벌레의 외피에는 3,11-DimethylC29라는 탄화수소가 풍부한데, 이는 표면에서 신장효소 (elongase)에 의해 결합되어 페로몬으로 바뀌게 됩니다. 연구팀은 RNA 간섭 (RNA interference) 기술을 이용해 BgElo12라는 신장효소를 방해해 페로몬의 합성을 방해했습니다.
수컷 바퀴벌레가 어둡고 복잡한 미로 같은 공간에서도 멀리 떨어진 암컷을 찾을 수 있는 건 전적으로 페로몬 덕분이기 때문에 이 페로몬 생성을 방해하면 짝짓기 시도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재미있는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유전자를 조작해서 효소를 방해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했습니다. 초파리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두 개의 유전자를 조작하면 효소 생산을 방해해 짝짓기 시도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이용한 돌연변이 바퀴벌레는 결국 진화적으로 도태되기 때문에 불임 파리처럼 해충 조절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아예 바퀴벌레가 모든 성욕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나 아니면 성욕은 남기고 불임을 유도하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07-cockroach-sex-block-enzyme.html
Xiao-Jin Pei et al, Modulation of fatty acid elongation in cockroaches sustains sexually dimorphic hydrocarbons and female attractiveness, PLOS Biology (2021). DOI: 10.1371/journal.pbio.300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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