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atal long-fingered bat (Miniopterus natalensis) parasitized by a male bat fly (Penicillidia fulvida) on the wall of a diatomite mine in Nakuru, Kenya. Credit: Holly Lutz)
(Closeup of a bat fly (Penicillidia fulvida). Credit: Holly Lutz)
박쥐라고 하면 피를 빨아먹는 흡혈 박쥐의 존재 때문에 징그러운 외모 이상으로 더 공포스럽게 생각되지만, 사실 피를 빨아먹는 흡혈 박쥐는 매우 예외적인 존재이며 대개는 과일이나 혹은 곤충을 잡아 먹습니다. 더 의외의 사실은 박쥐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홀르 루츠 박사(Holly Lutz. Department of Pediatrics,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La Jolla, California, USA)가 이끄는 연구팀은 말라리아를 연구하던 중 박쥐에 기생하는 흡혈 파리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흡혈 파리들은 포유류에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와 달리 특정 종의 박쥐만 흡혈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숙주를 나누는 것은 결국 기생충 입장에서는 먹이를 나누는 셈이라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해당 숙주가 개체수가 크게 감소하거나 멸종하면 같이 사라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무튼 말라리아도 같이 옮기는 흡혈 파리가 사람에게는 기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천만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이 파리가 어떻게 숙주를 구분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이들의 서식지에서 다수의 박쥐를 포획했습니다.
포획한 박쥐는 매우 조심스럽게 피부와 털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흡혈 파리가 도망가기 전 채집했습니다. 연구팀은 흡혈 파리가 숙주를 구분하는 단서를 피부 마이크로비움 (micorbiome)에서 나오는 물질에서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피부에 공생하는 미생물은 사실 숙주의 면역 시스템의 일부로 병원성 세균이나 기생충을 배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 만큼 피부에 달라붙어 기생하는 흡혈 파리가 이에 대응해 진화했다는 가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흡혈 파리에 감염된 박쥐의 피부 마이크로비움 구성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준비중입니다.
아무튼 박쥐에 수많은 흡혈 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흥미로운 연구인 것 같습니다. 이유가 뭐든 간에 생긴 건 박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징그러운 흡혈 파리가 인간을 물지 않는다는 사실이 감사하네요.
참고
HL Lutz et al, Associations between Afrotropical bats, eukaryotic parasites, and microbial symbionts, Molecular Ecology (2021). DOI: 10.1111/mec.16044
https://phys.org/news/2021-07-blood-sucking-flies-chemicals-skin-bacteri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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