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dated illustration of H. bessonowi, showing tooth-whorl at the front of the jaw. Creator: Dmitry Bogdanov - dmitrchel@mail.ru )
상어는 가장 성공적인 포식자 가운데 하나로 고생대의 바다에서부터 지금까지 번영을 누리고 있는 몇 안되는 상위 포식자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번영을 누린 만큼 크기와 형태가 매우 다양한 상어가 등장했다가 사라졌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상어와 가까운 연골 어류 가운데서도 이상한 녀석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 기괴한 형태의 고대 연골 어류로 유명한 종류로 헬리코프테리온 (Helicoprion)이 있습니다. 제 책인 포식자에서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블로그를 통해서는 한 번 소개하고 싶은 재미있는 고생물입니다.
헬리코프테리온과는 멸종 연골 어류목인 유제네오돈트 Eugeneodontida에 속하는 연골 어류로 페름기 초기인 2억9000만년 전 등장했다가 페름기말 대멸종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상어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현생 상어와 직접 조상은 아니고 근연 관계에 있는 멸종 연골 어류입니다. 가장 큰 개체는 10m에 달하는 몸길이를 지녀 현생 거대 상어류와도 경쟁이 가능했던 크기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헬리코프테리온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크기보다는 돌돌 말린 톱니 형태의 이빨입니다.
연골 어류의 특징상 다른 부분은 화석으로 잘 남지 않고 주로 남은 것은 이 미스터리한 이빨 뿐이라 헬리코프테리온은 복원도 쉽지 않은 생물입니다. 따라서 시대에 따라 톱니 이빨을 복원한 형태가 다른 독특한 생물체이기도 합니다.
아이다호 주립 대학의 레이프 타파닐라 (Leif Tapanila)는 2억 7000만년 전 헬리코프테리온 화석을 고해상도 CT를 통해 분석해 이 미스터리 고대 생물의 비밀을 파헤쳤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헬리코프테리온은 부드러운 몸을 지닌 연체 동물을 주된 먹이로 삼았으며 톱니 모양의 주둥이는 이런 부드러운 몸을 지닌 먹이를 효과적으로 자를 수 있다고 합니다. 날카로운 톱니 이빨을 보면 확실히 그럴 것 같기는 하지만, 뭔가 평소에 생활하기는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두 번째로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은 헬리코프테리온이 과거 생각했던 것과 같이 현생 상어와 가장 가까운 생물이 아니라 은상어 (ratfish)에 더 가까운 연골어류라는 점입니다. 은상어는 상어와 가까운 연골어류지만, 오래 전 상어의 조상과 갈라진 그룹으로 현재는 주로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친숙하지 않은 어류입니다. 현생 은상어가 주로 작은 크기인점을 생각하면 고대 바다에서 가장 큰 어류 중 하나였던 헬리코프테리온과 근연 관계라는 사실 역시 흥미롭습니다.
헬리코프테리온은 이빨과 턱의 진화가 얼마나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불편해 보일지 모르지만, 밥만 잘 먹는다면 사실 상관없겠죠. 오래된 유행가의 가사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참고
Jaws for a spiral-tooth whorl: CT images reveal novel adaptation and phylogeny in fossil Helicoprion, Published online February 27, 2013 doi: 10.1098/rsbl.2013.0057 , http://rsbl.royalsocietypublishing.org/content/9/2/2013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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