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별로 한 일이 없는 듯 한데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나이 먹으면 1년 더 지나는 게 사실 좀 무섭기도 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순식간에 지난 것 같아도 당연히 그동안 이런 저런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고 큰 사고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기만 해도 다행일 것입니다. 저 역시 소소하게 이런 저런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한 해를 또 마무리 한 것 같습니다.
- 블로그
블로그는 하루 3편 정도 포스팅이 기본으로 자리 잡은 것 같은데, 사실 상당수 포스트는 수일 전에 미리 써놓을 정도로 나름 여유 있게 진행 중입니다. 물론 길게 쓰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없는 형편에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블로그 개설 10주년이 다가오는 데 블로그 방문자 2100만명이라는 돌파라는 대기록은 저도 생각치 못한 것이네요.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많이 와서 봐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하루 방문자 수는 그전에 비해서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한 때 하루 8000명이 넘는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4000명 정도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사실 저만 그런 건 아니고 대부분의 블로그가 유입 인구가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년 전 블로그가 크게 흥했을 때 처럼 이제는 유튜브가 크게 흥한 것이 원인인데, 과연 네이버 블로그가 얼마나 더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 네이버에서는 블로그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이런 저런 시도를 진행했습니다. 저에게도 참석해 달라면서 블로그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구요. (저는 시간이 없어 못갔습니다) 저처럼 취미로 하는 사람이야 유입인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네이버는 유입되는 트래픽에 수익이 달라지는 상황이라 방관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문자에서 영상으로 시대의 기호가 바뀌는 것과도 연관이 있어 전통적인 블로그 서비스는 과거 같은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시간도 없고 문자가 중심이 되는 편이 정보 전달에 더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에 (물론 동영상이 매우 유용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유튜브 영상을 첨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블로그를 계속 유지할 계획입니다. 동영상은 만들 시간도 없고 방송은 더더구나 시간이 없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블로그 개설 20주년을 맞이할 수 있을지 의문도 들지만, 글 쓰기가 취미인 만큼 큰 이변이 없으면 취미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연구
올해 제가 주저자로 들어간 논문이 모두 9편 발표됐습니다. 평균 인용지수 (IF)는 3.7점 정도이고 가장 높은 저널은 5.99점인데, 대부분은 3점대 저널에 발표되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연구를 많이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논문이 발표된 셈이죠. 하지만 작년에 쓴 논문이 지금 게재된 것도 있고 해서 사실 내년에는 아마도 이것보다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연구를 본업으로 하는 프로페셔널 연구자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좋은 성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올해는 연구 관련해서 상도 받았습니다. 제가 있는 병원에서 우수 연구자로 뽑힌 것인데, 규모가 작지 않은 3차 병원이고 전문의도 제법 많기 때문에 생각지 못했던 성과인 것 같습니다. 다만 앞으로 갈 길이 먼 상태이고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연구자로써 대단한 결과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냥 공부하는 셈치고 연구를 하다보니 나름의 결실도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세계적인 석학이 되지는 않겠지만, 논문 안쓰는 것보다는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니까 그 부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큰 걸 기대하진 않지만 더 바라는 게 있다면 IF 10점 이상의 상위권 저널에 논문 한 편 발표를 해봤으면 합니다.
올해 accept 된 저널 가운데서 기억에 남는 저널은 유럽 내분비 학회 공식 저널인 European Journal of Endocrinology, 그리고 미국 내분비 학회 (Endocrine Society) 공식 저널인 JCEM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입니다. 올해는 내분비 쪽 저널이 많이 accept 됐는데 American Journal of Hypertension이나 JCSM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 미국 수면 학회 American Academy of Sleep 공식 저널) 같이 다른 분야의 저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는 JASH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hypertension)에서 나왔습니다. 이 저널은 American society of hypertension의 공식 저널인데 리비전을 받고 진행해서 accept 소식을 기다리던 중 놀라운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ASH가 미국 심장 협회 (AHA)로 흡수되면서 JASH가 사라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교정해서 보낸 논문은 실어줄수가 없게 됐다고 하더군요. -_- 저널이 중간에 사라지는 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좀 황당했습니다.
에디터가 대신 새로 생기는 저널에 투고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아직 SCI(E)에 등재되지 않은 완전히 신간 저널이라 결국 거절하고 다른 저널에 투고한 상태입니다. 연구하다보면 생각치 않은 우여 곡절도 생기긴 하지만 이번 일은 편집부에서 좀 신경썼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널이 없어질 상황이라면 그런 이유로 논문을 더 받을 수 없다고 미리 말을 해야지 리뷰를 진행 한 후 교정까지 진행해 보낸 상태에서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는 건 좀 황당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길지 않은 연구 경력에 별일을 다 겪어 보는 듯 합니다.
- 그리고 육아
사실 올해 한 해 가장 많은 손이 간 것은 역시 육아입니다. 이제 16개월인 딸 아이에 손이 많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블로그 쓰는 시간이나 연구한 시간보다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초에는 뒤집기도 못하던 아이가 이제는 잘 걸어다니니까 그 만큼 시간이 지난 것이겠죠. 아직은 말을 잘 못하지만 아빠 엄마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말을 하고 더 많은 장소를 같이 다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 아이의 사진을 수천 장 이상 찍고 많은 영상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지금 모습은 나중에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겠지만,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 그 때 모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이에 대해서 특별히 기대하는 건 없지만, 무탈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신 독자분들도 내년에 무탈하고 건강한 한 해를 보내시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든님, 201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답글삭제일본에서 고든님 기사를 자주 보는 기술자입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