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reconstruction of Pahvantia hastasta. Credit: Masato Hattori)
5억년 전 캄브리아기의 바다 밑에서 물을 걸러 작은 플랑크톤과 기타 해양 생물을 걸러먹던 여과 섭식자의 모습이 25년만에 그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스티븐 페이츠 (Stephen Pates, a researcher from Oxford University's Department of Zoology)와 뉴 잉글랜드 대학의 루디 레로세이-오브릴 박사(Dr. Rudy Lerosey-Aubril from New England University)는 25년전 미국 유타주의 산에서 발견된 라디오돈트 (radiodont)의 일종인 파흐반티아 하스타스타 (Pahvantia hastasta)의 화석을 조사했습니다.
이 괴상한 생물은 아노말로카리스가 속한 공하류의 일종으로 보이는데, 절지 동물의 먼 친척 같아 보이지만 정확한 분류는 확실하지 않은 생물입니다. 공하류에 대해서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도 다룬적이 있지만, 이들이 여과 섭식을 이미 캄브리아기에 진화시켰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파흐반티아의 화석을 매우 조심스럽게 암석에서 분리해 수염과 같은 부속지가 여러 개 달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파흐반티아 자체는 사실 작은 생물체이지만, 이들이 걸러 먹는 플랑크톤은 이보다 10-100배 정도 더 작기 때문에 잡아 먹는데 큰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파흐반티아 같은 여과 섭식자가 걸러 먹은 플랑크톤의 유해는 배설물과 함께 나와 바다 밑으로 떨어져 생태계의 순환을 도왔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공하류에서 먹이를 걸러 먹는 섭식 방법이 독립적으로 적어도 2회, 아마도 3회 이상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It shows that filter feeding evolved twice, possibly three times in this group) 여과 섭식은 현재도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수염고래와 가장 큰 어류인 고래상어를 먹여살리는 방법입니다.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이미 5억년 전 이를 채택한 다세포 동물이 있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이는 당시 생태계가 이미 지금처럼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한 먹이사슬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무엇을 먹는지, 그리고 어떻게 먹이를 구하는지는 단지 하나의 생물 뿐 아니라 그 생물이 속한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입니다.
참고
More information: Rudy Lerosey-Aubril et al. New suspension-feeding radiodont suggests evolution of microplanktivory in Cambrian macronekton, Nature Communications (2018). DOI: 10.1038/s41467-018-06229-7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