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influenza)는 감기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기를 일으키는 여러 바이러스와 분리해서 명명한 이유는 전염성이 강할 뿐 아니라 고령자, 만성 질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독감에 대한 백신은 이전부터 나와있지만, 백신이 타겟으로 삼는 독감 바이러스의 표면 항원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계속 변형되기 때문에 대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심한 경우는 백신이 사실상 아무 효과도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한 번 접종으로 모든 종류의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범용 독감 백신 (universal flu vaccine)에 대한 개발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팀은 기존의 백신과는 목표가 다른 새로운 독감 백신을 이용해서 범용 독감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백신의 타겟은 자주 바뀌는 바이러스 표면의 항원 단백질이 아니라 안쪽에 있는 코어 단백질 (core protein)입니다. 따라서 백신의 작동 원리도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의 백신은 표면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이 항체가 바이러스 표면에 달라붙어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시켜 바이러스를 사멸시킵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이 표면 단백질이 다양한데다 자꾸 바뀌면서 백신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코어 단백질은 상대적으로 크게 변화 없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범용 백신의 개발 목적에 부합하지만, 직접 항체 생산을 촉진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 백신이 독감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인 T 세포의 생산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균주의 바이러스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백신은 옥스퍼드 대학의 스핀 오프 기업인 백시텍(Vaccitech)에 의해 개발 중이며 올해 겨울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계획 중입니다. 대상은 독감의 고위험군인 65세 이상 노인으로 500명 정도를 선발할 계획입니다.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는 데는 적어도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매년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도 독감을 100% 막기 힘든 문제가 개선될지 모릅니다.
물론 이런 임상 시험은 대개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니친 기대는 금물이지만,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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