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운동량이 부족해지고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과 반비례해서 배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배가 나오는 것을 후덕한 인심으로 생각할수도 있지만,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냥 비만보다 더 나쁜 예후를 보이는 복부 비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나이가 들면 하필 복부 비만이 생기는 것일까요?
예일 대학의 연구팀은 이 의문을 풀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서 지방 대사와 관련된 신경과 면역 세포인 대식세포(macrophage)의 상관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지방 세포는 세포의 대부분을 지방으로 채워넣고 있는데, 지방의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지방을 적절하게 배출해서 필요할 때 사용하게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한 일입니다.
지방을 방출하라는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에 신경 세포 말단과 대식 세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신경 말단에서 분비하는 카테콜라민(catecholamine)이 나오면 이것이 지방을 배출하라는 신호가 되는데, 나이에 따라 대식 세포의 반응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쥐를 이용한 동물모델에서 복부에 위치한 젊은 대식세포와 늙은 대식세포는 서로 다르게 작용하는 것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나이든 쥐의 대식 세포는 카테콜라민을 분해해서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게 방해합니다. 그 결과 복부 지방 세포가 적절하게 지방을 배출하지 못해 계속해서 지방 조직이 커지게 됩니다. 사람에서도 나이가들면 체중 증가 없이도 복부 지방이 증가하는데, 이는 지방 세포에서 지방을 꺼내쓰는 기능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 신호와 염증을 조절하는 세포 사이의 불균형이 그 원인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연구팀은 나이든 대식 세포에서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NLRP3 inflammasome 수용체를 줄이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나이든 대식 세포가 젊은 대식 세포처럼 적절하게 반응해 지방 배출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는 복부 비만에 면역학적 기전이 숨어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 이외에도 왜 비만이 생기는지에 대한 단서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만이 단순히 개인의 식탐이나 운동 부족으로 인한 것 이외에 다른 대사 이상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적절히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공급된다면 더 먹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지방 조직에 지방이 많이 저장되어 있어도 적절히 배출되는 경로가 막힌다면 결국 지방을 꺼내쓰지 못하고 계속해서 새로 먹게 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것은 몸에 지방이 그렇게 많으면서도 계속해서 배가고파 더 먹게 되는 모순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연구의 목적은 비만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전을 밝혀 효과적인 치료 약물을 개발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NLRP3 inflammasome 수용체가 효과적인 비만 치료, 특히 복부 비만 치료를 위한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Inflammasome-driven catecholamine catabolism in macrophages blunts lipolysis during ageing, Nature (2017). DOI: 10.1038/nature24022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