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milloti dorsal habitus. Credit: KU News Service)
(Mesogyrus anatiquus, the heterogyrine whirligig, spins about the water surface. Credit: Trevor Fristoe)
고립된 섬에는 대륙에서 이미 멸종한 생물이 매우 오랬동안 생존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경쟁할 동식물이 없는 상태에서 독자적인 진화를 이룩하는 경우이죠. 대표적인 예는 과거 호주 대륙에서 번성했던 거대한 유대류를 들 수 있습니다. 지금은 캥커루와 코알라를 비롯해서 소수의 생존자만 남아있지만, 한 때는 몸무게 수톤에 이르는 거대한 유대류 짐승들이 대륙을 활보했습니다.
이보다는 덜 인상적이지만, 거대한 섬인 마다가스카르에도 이 섬에서만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존재합니다. 마다가스카르 섬은 곤드와나 초대륙의 일부였으나 중생대에 아프리카 및 인도 대륙과 분리되어 독립적인 섬으로 오랜 세월 존속했습니다. 그런 만큼 다른 지역에서 멸종된 동식물이라도 이곳에서 살아남은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캔사스 대학의 그레이 구스타프손(Grey Gustafson, a postdoctoral research fellow in ecology & evolutionary biology and affiliate of the Biodiversity Institute at the University of Kansas)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다양한 화석 및 현생종을 비교분석한 끝에 마다가스카르에 살아남은 가장 오래된 토착종이 Heterogyrus milloti라는 줄무늬 물맴이 (striped whirligig beetle)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친숙하지 않은 곤충은 사실 트라이아스기 말인 2억 600만년 전 등장한 나름 역사가 있는 Gyrininae라는 아과에 속한 곤충입니다. 육식성 수생 곤충으로 본래 공룡시대의 초기부터 살았는데, 지금의 마다가스카르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까지 매우 넓게 분포했던 곤충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대륙에 있던 친척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후 소수의 생존자가 마다가스카르에서 나름의 명맥을 이어왔던 것입니다. 이 주장이 옳다면 H.milloti는 마지막 남은 생존자일 것입니다. 하지만 2억년이라는 오랜 세월 명맥을 이어온 이 곤충도 지금은 생존의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서식지가 점차 농경지와 방목지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에 의해 위기를 맞은 동식물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 살아남은 생존자가 인간 때문에 사라진다면 슬픈 일일 것입니다. 늦기 전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Grey T. Gustafson et al, Tip-dated phylogeny of whirligig beetles reveals ancient lineage surviving on Madagascar, Scientific Reports (2017). DOI: 10.1038/s41598-017-08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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