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ay microtomography image of trace fossil in sediment. Credit: Luke Parry - University of Bristol)
지구상에 복잡한 다세포 동물이 등장한 것이 언제인지는 과학자마다 의견이 갈리지만, 최초의 화석이 등장하는 것은 6억 3500만년 전부터 시작되는 에디아카라 시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 시기 등장한 기묘한 화석들은 현생 동물문과 연관성을 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과연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확실한 점은 이들은 근육이나 부속지가 발견된적이 없어 현생 동물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는 동물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최근 국제 과학자팀이 브라질의 지층에서 찾아낸 흔적화석은 그런 점에서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0-600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작은 굴 같은 흔적이지만, 에디아카라 시기 동물이 지나간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이 흔적이 선충류와 비슷한 고대 동물이 남긴 흔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같은 흔적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억 5천만년 전 실지렁이처럼 가느다란 벌레같은 동물이 부드러운 진흙층을 통과하면서 흔적을 남겼고 이 지층이 그대로 보존되면서 오늘날 과학자들은 X선을 이용해 그 3차원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비록 이 흔적을 남긴 동물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매우 단순한 지렁이 같은 디자인의 몸구조가 가장 먼저 진화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최초로 움직이는 동물은 해파리나 빗해파리 같은 방사대칭형 생물이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들은 좀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 생물입니다. 최초로 진흙 사이를 누볐던 작은 생물 역시 마찬가지지만, 대신 흔적은 남길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다음 시기인 캄브리아기를 예고하는 생물이기도 합니다.
에디아카라기 생물들은 대부분 바다 밑바닥에 누워 평온한 삶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대부분 여과섭식자이거나 혹은 산호 같은 광합성 공생 조류의 도움을 받는 생물로 사냥을 할 필요도 없고 사냥을 당할 우려도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당시 화석에서는 뜯어먹힌 흔적이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움직이는 동물이 등장했고 이들은 포식이라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진화시켜 결국 캄브리아기에는 폭발적으로 다양한 생물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 작은 화석은 그냥 물감을 뿌린 듯한 흔적 화석이지만, 동물의 도약을 암시하는 중요한 메세지가 담겨 있습니다.
참고
More information: Luke A. Parry et al, Ichnological evidence for meiofaunal bilaterians from the terminal Ediacaran and earliest Cambrian of Brazil, Nature Ecology & Evolution (2017). DOI: 10.1038/s41559-017-0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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