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rotodon undertaking mass migration, while being observed by a giant lizard (Megalania) and giant grey kangaroos. Credit: Laurie Beirne)
지금 호주를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5만년 전 인간이 상륙하기 전 호주 대륙에는 온갖 독특한 대형 동물들이 서식하는 아프리카 초원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지금은 멸종한 거대 캥거루를 비롯해 거대한 유대류 초식동물과 사람보다 큰 키를 지닌 날지 못하는 새, 그리고 이들을 사냥하는 대형 도마뱀 및 유대류 육식동물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퀸즐랜드 대학의 길버트 프라이스 박사(University of Queensland's Dr Gilbert Price)와 그 동료들은 호주 빙하기의 세렝게티 (Australia's Ice Age Serengeti)를 연구했습니다. 지구가 빙하기이던 시절 호주 대륙에는 거대한 초원이 펼쳐져 있었고 여기에는 키 1.8m 몸길이 3.5m에 무게는 최대 3톤이나 되는 거대한 초식 동물인 디프로토돈 (Diprotodon)이 살았습니다.
디프로토돈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물이지만, 역사상 가장 큰 유대류로 160만년 전에서 46,000년 전까지 호주 대륙에서 번성했습니다. 두 개의 앞쪽으로 향한 이빨이라는 뜻의 이 고대 동물은 이름때문에 중생대에 살았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인류의 호주 도착 직후 미스터리하게 사라진 유대류 중 하나입니다.
연구팀은 디프로토돈이 지금의 세렝게티의 초식동물처럼 수백km를 걸어 이동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에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낮아 뉴기니섬과 호주 대륙이 연결되어 더 큰 대륙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이 고대 대륙에서 거대한 유대류 초식 동물이 물과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이동하면 유대류 사자나 거대 도마뱀이 이를 따라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별난 세상을 만든 것은 역시 지리적 격리입니다. 오랜 세월 다른 대륙과 분리된 덕에 호주 대륙에서 매우 독특한 생물상이 펼쳐진 것이죠. 오늘날에는 그 일부 생존자인 캥거루 일부와 코알라 등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아쉽습니다.
참고
Gilbert J. Price et al. Seasonal migration of marsupial megafauna in Pleistocene Sahul (Australia–New Guinea),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17). DOI: 10.1098/rspb.2017.0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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