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말하는 불개미 (fire ant)는 사실 국내에서 말하는 불개미와는 다른 종으로 솔레놉시스(Solenopsis) 속의 개미들을 의미합니다. 불개미는 독을 지니고 있어 불개미에 물리면 이름 그대로 불에 닿은 듯한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천연 독성 물질 가운데 약물로 가능성을 지닌 것들이 존재합니다.
에모리 의대의 잭 아비저 교수(Jack Arbiser, professor of dermatology at Emory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가 이끄는 연구팀은 불개미의 독 가운데 하나인 솔레놉신 (solenopsin)이 건선(Psoriasis)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건선은 비교적 흔한 피부 질환 가운데 하나로 정확한 발생 기전은 모르지만, T 세포를 비롯한 면역 세포들이 작용해 염증 반응 물질을 분비하고 이것이 피부의 만성 염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 스핑고 지질의 일종인 세라마이드 (Ceramide)입니다. 세라마이드는 피부의 항상성을 지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sphingosine-1-phosphate (S1P)라는 염증 매개 물질로 대사되어 피부의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동물모델에서 솔레놉신과 유사한 물질을 이용해서 세라마이드와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S1P로 대사되지 않는 물질을 개발했습니다. 이 신약은 동물 실험에서 건선과 비슷한 면역 반응을 잘 일으키지 않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자체로 건선을 치료한 것은 아니지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입니다.
사실 보톡스처럼 본래 자연계에 존재하는 독성 물질을 이용한 약물이 대중에게까지 친숙하게 사용되는 사례는 드물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항생제 역시 곰팡이나 박테리아가 만드는 독성 물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독성 물질은 현재도 약물로 개발 중인 것이 제법 많아서 앞으로 성과가 기대됩니다.
이런 관점에서보면 생물종 보존은 생물 자원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비록 불개미 자체는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해충이긴 하지만, 이들 역시 생태계의 일원으로 무조건 박멸해야 하는 대상은 아니라는 점 역시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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