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720만 년 전 유럽에 직립 보행 호미닌이 있었다?


 (Measurements taken on the proximal femora of fossil and extant material. Credit: Palaeobiodiversity and Palaeoenvironments (2026). DOI: 10.1007/s12549-025-00691-0 https://link.springer.com/10.1007/s12549-025-00691-0)

인류의 조상은 오래전 아프리카에서 진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에서 가장 많은 화석이 나온 것은 물론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근연종도 함께 있어 호미닌의 고향으로 여겨도 이론을 제기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소수 의견도 항상 있게 마련입니다. 불가리아 국립 자연사 박물관, 그리스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교, 독일 튀빙겐 대학교 젠켄베르크 인류 진화 및 고환경 센터,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연구팀은 불가리아 상부 트라키아 평원의 치르판 마을 근처에 있는 아즈마카 발굴지 (Azmaka excavation site, near the town of Chirpan in the Upper Thracian Plain)에서 발굴된 720만년 전 대퇴골 화석을 분석해 이족보행의 진화가 유럽에서 시작되었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2017년부터 발굴된 하악골 및 이빨 화석을 통해 존재가 알려진 그라에코피테쿠스 (Graecopithecus)는 최근 발견된 대퇴골 화석을 통해 인류와 그 조상 그룹인 호미닌과의 연관성이 주목되고 있습니디. 특히 연구팀은 대퇴골에서 직립 보행을 시사하는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호미닌의 특징이기 때문에 주목됩니다.

유럽에 직립 보행 유인원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당시 유럽은 지금의 사나바 같은 기후였습니다. 연구팀은 그라에코피테쿠스는 800만~900만 년 전 발칸-아나톨리아에 살았던 우라노피테쿠스와 아나돌루비우스 (Ouranopithecus and Anadoluvius) 같은 유인원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더 오래 전 살았던 유럽 영장류에서 진화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동부 지중해와 서부 아시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기후 변화가 800만 년에서 600만 년 전 사이에 광활한 반사막과 사막의 주기적인 출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유라시아 포유류가 아프리카로 여러 차례 이동하는 계기가 되었고, 오늘날 아프리카 사바나의 포유류 동물상을 형성하는 토대가 됐습니다. 따라서 초기 유인원이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건너가 현생 인류의 조상을 포함한 호미닌의 조상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입니다.

다만 이 주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우선 그라에코피테쿠스가 직립 보행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골격 화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설령 이들에 진짜 직립 보행을 했다고 해도 인류의 직계 조상이거나 호미닌의 일종이라는 증거는 되지 않습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수렴 진화가 일어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오래된 호미닌의 조상이 어떻게 근연종인 고릴라 침팬지와 분리되어 진화했는지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 있습니다. 다만 800-900만 년 전 고릴라 계통과 아프리카에서 먼저 분리된 후 600-700만 년 전 침팬지 계통에서 분리된 것 같다는 분자 생물학적 분석을 보면 그라에코피테쿠스가 이 족보에 끼기는 좀 어려워 보여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설령 호미닌이 아니라더라도 진짜 이족 보행을 했다면 영장류 진화에서 이족 보행이 독립적으로 두 번 진화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만큼 확실히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6-03-human-ancestor-balkans-fossil-evidence.html

Nikolai Spassov et al, An early form of terrestrial hominine bipedalism in the Late Miocene of Bulgaria, Palaeobiodiversity and Palaeoenvironments (2026). DOI: 10.1007/s12549-025-00691-0 link.springer.com/10.1007/s12549-025-00691-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벨 V-280 Valor 시험 비행 성공

( The V-280 Valor flew for the first time at Bell Helicopter's Amarillo Assembly Center in Texas(Credit: Bell Helicopter/YouTube) )  앞서 소개드린 V-280 발러가 첫 번째 비행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소형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V-280 발러는  미 육군의 차세대 헬기 사업인 Future Vertical Lift (FVL)에 입찰을 시도하는 틸트로터기로 현재 미 육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블랙호크 헬기와 비슷한 체급입니다. 다만 틸트로터기인 만큼 최고 속도나 항속 거리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스펙은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1115245986  (동영상)   V-280 발러는 틸트로터기의 더 대중화 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경우 복잡한 구조로 인해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사실 미국은 몰라도 그 동맹국에 널리 도입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V-280 역시 가격이 아주 저렴할 것 같지는 않지만,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에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ell-v-280-valor-maiden-flight/52663/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