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어릴 땐 네 발 커서는 두 발로 걷는 고대 악어형류


 

(Artist's reconstruction of Sonselasuchus cedrus in its environment in what is now 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 215 million years ago. Credit: Gabriel Ugueto)

​

​

현재 악어류는 모두 반수생 파충류이지만, 악어와 그 근연 그룹은 사실 중생대에 상당히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특히 트라이아스기에 아직 공룡류가 육상 생태계를 장악하지 못했던 시기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

앨리엇 아머 스미스 (Elliott Armour Smith)가 이끄는 워싱턴 대학 및 버크 박물관 (University of Washington Department of Biology and Burke Museum)의 과학자들은 트라이아스기 후기 (2억 2500만년에서 2억 100만 년 전)에 살았던 특이한 (peculiar) 악어형류를 발견했습니다.

​

손셀라수쿠스 세드루스(Sonselasuchus cedrus)라는 이름의 이 고대 파충류는 슈보사우루스과 (shuvosaurid)에 속하는데, 2014년부터 진행된 발굴 작업에서 대량으로 화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애리조나 주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Arizona's 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에서 10년 간 발견된 3000점의 뼈 화석 가운데 무려 950개가 손셀라수쿠스의 것이었습니다.

​

그만큼 당시 푸들 크기의 소형 악어형류인 손셀라수쿠스가 많았다는 뜻인데, 이렇게 표본이 많은 만큼 새끼부터 성체까지 충분한 숫자의 표본이 발견되어 이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손셀라수쿠스는 어렸을 때는 앞다리와 뒷다리의 비율이 더 균형 잡혀 있었고, 성체가 되면서 뒷다리가 더 길고 튼튼해지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연구팀은 손셀라수쿠스가 새끼 때는 네 발로 기어다니다가 성체가 되면 두 발로 걸어다니는 특이한 성장 패턴을 지녔다고 결론내렸습니다.

​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성체가 되면 대략 64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파충류인 손셀라수쿠스는 속이 빈 뼈나 큰 안와 (눈이 들어가는 자리), 이빨 없는 부리와 두 발로 걷는 특징 등 다른 악어류에서는 보기 힘든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악어류보다는 오히려 오르니토미미드(Ornithomimidae) 수각류 공룡에 가까운 특징입니다.

오르니토미미드 수각류 공룡은 타조와 닮은 공룡으로 긴 다리와 가벼운 몸으로 매우 빠르게 달릴 수 있었으며, 깃털이 있고 이빨이 없는 부리를 가진 잡식성 공룡으로 식물, 곤충, 작은 동물을 먹었습니다. 대표적인 속으로는 오르니토미무스와 갈리미무스가 있습니다.

​

트라아이스기 후기 악어형류과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오르니토미미드 공룡과 비슷한 형태를 지닌 이유는 비슷한 환경에서 수렴 진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룡이 본격적으로 중생대 생태계를 접수하기 전 공룡과 비슷한 생태학적 위치를 차지한 악어형류들이 많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인 셈입니다.

​

외형상 악어라고 생각하기 힘든 형태로 다양하게 진화했던 악어류가 결국은 공룡류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된 과정이 더욱 궁금해지는 발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

​

참고

​

​

https://phys.org/news/2026-03-peculiar-crocodile-ancestor-life-legs.html#goog_rewarded

​

Osteology and relationships of a new shuvosaurid (Pseudosuchia, Poposauroidea) from the Upper Triassic Chinle Formation of 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 Arizona, U.S.A.,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026). DOI: 10.1080/02724634.2025.260485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에서 제한적인 효과만을 확인한 렘데시비르

   현재 렘데시비르는 인공 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 중증 코로나 19 환자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공급이 부족해서 갑자가 중증 코로나 19 환자가 늘어날 경우 수급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 (경증이나 무증상은 당연히 치료가 필요없거나 대증 요법 정도) 사용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에 급한 연구는 아니지만, 나중에 수급량이 많아지고 가격이 낮아질 때를 생각하면 의미 있는 연구 결과입니다.   렘데시비르 제조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다아애나 브레이너드 박사 ( Dr. Diana Brainard of Gilead Sciences )는 병원에 입원이 필요했던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 584명을 렘데시비르 5일, 10일 투여 실험군과 위약을 투여한 대조군으로 나눠 임상 경과, 사망 등 중요한 합병증 발생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지 조사했습니다. 연구 대상자의 40% 이상은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이 있었으며 평균 연령은 57세였습니다.   연구 결과 대조군의 2%, 5일 투여군의 2%, 10일 투여군의 1%가 사망했으나 사망자 수가 4명, 3명, 2명 정도로 통계적 차이를 판단하기에는 사망자 수가 적어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연구팀은 5일 투여군에서 임상 경과가 다소 호전되는 것을 판단했으나 10일 투여군에서는 통계적 차이를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에서 렘데시비르 투여는 확실한 임상적 이득이 없었습니다.     5일 투여량만 해도 가격이 3120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등도 환자에서 렘데시비르 투여는 설령 공급이 원활하다고 해도 적절한 치료법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공급이 불안해 중증 환자 투여 물량 확보가 아쉬운 상황에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번 연구는 렘데시비르보다 효과가 뛰어나면서 저렴한 차세대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필요성을 다시 보여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178Tb/s - 광섬유 통신 신기록 수립

  ( Lidia Galdino, lead researcher on the study. Credit: James Tye / UCL )  현재 가정에 들어오는 초고속 광통신은 10Gb/s 정도가 가장 빠른 편입니다. 그러나 사실 광섬유를 통해서 보낼 수 있는 정보량은 이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기술 가운데서는 이미 1Tb/s 이상이 속도를 지닌 것들이 많아 미래에는 테라 인터넷 시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가운데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UCL)의 리디아 갈디노( Lidia Galdino )가 이끄는 연구팀이 178Tb/s라는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입니다.   광섬유 통신을 위한 주파수는 4.5THz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 개발된 신기술은 9THz 벽도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연구팀은 16.8THz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달했습니다. 주파수가 높을 수록 더 많은 정보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6.8THz의 주파수로도 178Tb/s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사실 불가능합니다. 연구팀은  Geometric Shaping (GS) 방식으로 레이저 신호의 페이즈, 밝기, 편광 수준을 조절해 여러 신호가 서로 간섭 없이 전달되게 만들어 이런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이 항상 그렇듯이 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광섬유는 장거리 정보 전송이 가능해야 할 뿐 아니라 오류 없이 장시간 작동이 가능해야 합니다. 자꾸 에러가 생기거나 고장난다면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무용지물입니다. 이 단계를 극복하고 경제성까지 갖춰 실용화 되는 경우는 사실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쟁적으로 Tb 급 대역폭을 지닌 광통신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테라바이트 급 정보도 순식간에 전송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은 분명합니다. 과거 전화선을 이용한 56K 모뎀에서 지금의 광섬유 기반 초고속 인터넷이 온 것처럼 속도는 계속 빨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 감염 위험성이 큰 동물은?

  ( A new genomic study ranks the potential of the SARS-CoV-2 spike protein to bind to the ACE2 receptor site in 410 vertebrate animals. Old World primates and great apes, which have identical amino acids at the binding site as humans, are predicted to have a very high propensity for binding ACE2 and are likely susceptible to SARS-CoV-2 infection. Credit: Matt Verdolivo/UC Davis )    코로나 19를 일으키는  SARS-CoV-2는 사스 및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박쥐를 자연 숙주로 삼는 베타 코로나바이러스 계통입니다. 따라서 본래 박쥐에 살던 바이러스가 중간 단계를 거쳐 사람으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SARS-CoV-2 역시 사람에만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종을 넘어 다른 포유류나 조류, 혹은 척추동물에 감염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경로인 ACE2 수용체는 다른 척추동물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SARS-CoV-2와 ACE2 수용체의 결합 수준은 동물마다 큰 차이가 있어 감염 위험도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 (UC Davis)의 조안나 다마스 (Joana Damas)와 그 동료들은 410종의 척추동물에서 ACE2 수용체 유전자를 조사해 코로나 19 감염 위험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ACE2 수용체 전체가 아니라 25개의 아미노산 배열이 특히 결합력에 큰 영향을 미쳐 감염 가능성을 결정합니다.   연구 결과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사람과 가까운 침팬치, 고릴라, 보노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