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ruit fly tethered with a stick. Credit: Mark Frye)
초파리 같은 작은 곤충이 주변 사물을 정확히 인식하고 3차원 환경에서 문제 없이 비행하는 것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지만, 사실 생각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빠른 방향 전환은 물론 주변 상황을 빠르게 인식해서 반응할 수 있는 시력이 필요합니다.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의 벤자민 셀리니 (Benjamin Cellini)과 그 동료들은 초파리의 빠른 시각 반응을 연구하기 위해 독특한 시스템을 준비했습니다.
연구팀은 초파리를 위한 가상 현실 (VR) 비행 시뮬레이터를 개발해 주변 환경을 보여준 후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초파리의 눈 움직임을 조사했습니다. 초파리는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머리에 붙어 있는 겹눈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같은 척추동물은 안구가 있어 눈만 움직일 수 있지만, 초파리는 머리와 몸을 움직여 시야를 확보합니다. 빠른 속도로 비행 중에는 머리가 몸통과 날개보다 더 빨리 움직여 주면 상황을 인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 머리의 움직임을 파악하면 얼마나 빨리 시선을 돌리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초파리의 눈은 몸과 날개보다 4배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머리 움직임과 동시에 일어나는 시각 자극은 10ms의 매우 짧은 시간에 일어나 거의 지연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는 초파리가 우리가 눈을 깜빡일 시간의 1/30 정도 만에 주변 사물을 인지하고 어디로 방향을 틀지 결정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덕분에 작은 초파리가 주변과 부딪치지 않고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습니다. 초파리의 세계는 무척 작기 때문에 인간과 같은 반응 속도를 지닌다면 쉽게 충돌하고 말 것입니다.
곤충의 빠른 반응 속도는 놀랍지만, 아무튼 줄에 저렇게 매달아 놓으니 뭔가 교수형 당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드네요. 초파리에 가상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뭔가 메트릭스 속의 인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0-09-eye-reveal-secrets-vision-rapid.html
Benjamin Cellini el al., "Active vision shapes and coordinates flight motor responses in flies," PNAS (2020). www.pnas.org/cgi/doi/10.1073/pnas.192084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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