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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5천만 년 전 리스트로사우루스도 겨울잠을 잤을까?

 



(Life restoration of Lystrosaurus in a state of torpor. Credit: Crystal Shin)




(This thin-section of the fossilized tusk from an Antarctic Lystrosaurus shows layers of dentine deposited in rings of growth. The tusk grew inward, with the oldest layers at the edge and the youngest layers near the center, where the pulp cavity would have been. At the top right is a close-up view of the layers, with a white bar highlighting a zone indicative of a hibernation-like state. Scale bar is 1 millimeter. Credit: Megan Whitney/Christian Sidor)




(In this image of the thin-section of a fossilized tusk from a South African Lystrosaurus, black arrowheads show layers of dentine deposited in layers of growth, with no signs of a hibernation-like state. Scale bar is 0.1 millimeters. Credit: Megan Whitney/Christian Sidor)




(A map of Pangea during the Early Triassic, showing the locations of the Antarctic (blue) and South African (orange) Lystrosaurus populations compared in this study. Credit: Megan Whitney/Christian Sidor)



 모든 멸종의 어머니라 불리는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 지구는 거의 살아남은 동식물이 없었을 정도로 황폐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이 파국을 이겨낸 생물들이 있었는데, 이 중에 포유류의 조상에 해당하는 수궁류가 있었습니다. 사실 수궁류는 대멸종 직전 페름기 후기에 매우 번성했기 때문에 일부 생존자가 남았다는 게 의외의 결과는 아니지만, 지층에서 발견되는 척추동물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번성한 생물이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결과입니다. 바로 초식 수궁류인 리스트로사우루스 (Lystrosaurus)가 그 주인공입니다. 제 책인 포식자에서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몸길이 0.6-2.5m 정도의 초식 동물인 리스트로사우루스는 멧돼지처럼 두 개의 상아 같은 이빨로 땅을 파서 뿌리나 단단한 식물을 먹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지구는 건조한 기후였기 때문에 대개의 다큐멘터리나 복원도에서 리스트로사우루스는 아프리카의 건조한 사바나 지역에서 식물과 물을 찾는 멧돼지과 동물처럼 그려집니다. 하지만 사실 리스트로사우루가 주로 살았던 판게아 남부 지역은 극지방에 가까워 건조할 뿐 아니라 사실 추운 지역을 많이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워싱턴 대학에서 박사과정 후 하버드 대학으로 옮긴 메간 휘트니(Megan Whitney, a postdoctoral researcher at Harvard University)와 워싱턴 대학의 연구팀은 트라이아스기 초기 남쪽 고위도 지역과 남극권에 살았던 리스트로사우루스 화석을 통해 이들이 겨울잠과 비슷한 행동을 보였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현재 남극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발굴된 리스트로사우루스의 이빨 화석을 얇게 잘라 성장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당시 남위 58-61도였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지역과 남위 72도였던 남극 대륙에서 발견된 리스트로사우루스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남극에 살았던 리스트로사우루스는 남아프리카에 살았던 친척과 달리 대사 및 성장이 느려진 증거인 나이테 같은 흔적이 이빨 화석에 분명히 남아 있었습니다. (사진) 



 이 시기는 지금보다 지구가 따뜻해서 남극 대륙까지 동식물이 살 수 있었지만, 그래도 지구 자전축은 같은 정도로 기울어져 태양이 뜨지 않는 극야 (polar night) 현상이 주기적으로 일어났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대사 과정이 느려지거나 아예 동면 상태에 들어가는 극지 동물들이 많습니다. 온혈 동물이었던 리스트로사우루스 역시 마찬가지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정확히 동면을 했는지 아니면 활동이 느려지는 수준이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주기적으로 매우 대사가 느려지지 않고서는 이런 흔적이 남을 수 없기 때문에 거의 동면에 준하는 수준으로 움직임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포유류에서 동면의 시작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0-08-fossil-evidence-hibernation-like-state-million-year-old.html


 Megan R. Whitney et al, Evidence of torpor in the tusks of Lystrosaurus from the Early Triassic of Antarctica, Communications Biology (2020). DOI: 10.1038/s42003-020-01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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