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obos interacting in tolerant intergroup encounters in Kokolopori bonobos. Credit: the Kokolopori Bonobo Research Project/Liran Samuni)
인간은 거의 모든 동식물을 다 먹을 수 있는 잡식 동물이지만, 문화나 국가에 따라 식생활 패턴이 크게 다른 동물이기도 합니다. 한국인도 고기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밥을 먹어야만 하는 밥 문화 중심인 반면 서구 국가는 빵과 고기를 더 선호합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그 차이가 점점 줄어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문화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영장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사람과 가까운 침팬치나 고릴라 같은 유인원 역시 집단에 따른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영장류 학자인 리란 사무니와 마틴 서벡 (Harvard primatologists Liran Samuni and Martin Surbeck)은 보노보 역시 집단에 따른 문화적 차이와 식이 패턴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2016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콩고 민주 공화국에 있는 코콜로포리 보노보 보호 구역 (Kokolopori Bonobo Reserve in the Democratic Republic of Congo)에서 카메라와 GPS를 이용해 두 보노보 무리를 관찰했습니다.
에칼라칼라 (Ekalakala)와 코코아롱고 (Kokoalongo)라고 명명된 두 보노보 무리는 22제곱마일 (약 57제곱킬로미터) 크기의 보호 구역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서식 환경이나 접근할 수 있는 먹이가 동일합니다. 보노보는 잡식 동물로 주로 과일과 여러 가지 식물성 먹이를 주식으로 먹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친척인 침팬치와 마찬가지로 종종 사냥을 해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합니다.
연구팀은 두 보노보 집단이 서로 다른 동물을 사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에칼라칼라 그룹은 날다람쥐 비슷한 설치류인 비늘꼬리청서과 (anomalure)를 주로 사냥한 반면 코코아롱고 그룹은 다이커 영양 (Duiker)이라는 중간 크기 영양 (antelope)를 주로 사냥했습니다.
4년 넘게 이 두 그룹을 관찰한 연구팀은 에칼라칼라 그룹이 31마리의 비늘꼬리청서과 설치류를 잡는 동안 한 마리의 다이커 영양만 사냥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반면 코코아롱고 그룹은 11마리이 다이커 영양을 사냥한 반면 비늘꼬리청서과 설치류는 3번만 사냥했습니다. 전자는 구하기 쉽지만 작은 동물을 사냥한 반면 후자는 사냥하기 어렵지만 좀 더 큰 동물을 사냥한 셈입니다. 동일한 보노보들이고 사는 곳도 비슷하기 때문에 유전적, 환경적 차이 때문에 이런 선호도 차이가 생겼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런 선호도 차이가 왜 생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노보 무리 역시 고유의 문화와 생활 양식을 지녔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인류의 먼 조상 역시 이런 식으로 문화를 발전시켰을지도 모릅니다.
참고
Liran Samuni et al, Behavioral diversity of bonobo prey preference as a potential cultural trait, eLife (2020). DOI: 10.7554/eLife.59191
https://phys.org/news/2020-09-differing-diets-bonobo-groups-insight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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