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엔비디아)
인수설이 유력하게 나돌던 ARM이 결국 엔비디와의 400억 달러 인수 계약을 발표했습니다. 이미 올해 멜라녹스를 인수하면서 거금을 들인 엔비디아가 더 큰 규모의 인수 합병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으나 결국 사실로 드러난 셈입니다.
천문학적인 인수 자금의 절반 이상은 엔비디아 주식으로 소프트뱅크는 215억 달러에 해당하는 가치의 엔비디아 보통주를 받게 됩니다. 엔비디아가 신주를 발행하는 만큼 가치가 희석되기는 하지만, 엔비디아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중에는 215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현재 상태에서는 엔비디아 주식 역시 고평가 논란이 있어 차익 실현이 가능할지는 두고봐야 알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엔비디아가 400억 달러를 한 번에 마련할 가능성은 낮고 다른 매수자를 찾기도 힘들어 이 정도 선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찰로 받는 돈은 120억 달러로 계약과 함께 지금되는 돈은 20억 달러입니다. 특이한 점은 ARM 직원의 동요와 이직을 막기 위해 15억 달러를 추가로 준다는 점입니다. 사실 영국 내에서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 합병을 꺼리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는데, 결국 회사를 미국 내로 옮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특별한 생산 시설을 지니지 않은 반도체 설계 회사고 같은 영어권 국가이므로 인력을 옮기는 일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케임브리지에 있는 본사를 이전하지 않고 확장할 것이고 연구 개발 역시 영국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부분은 좀 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50억 달러는 특정한 시점에 ARM이 엔비디아 주식이나 현금 두 가지 중 하나로 받을 수 있는 옵션으로 아마도 주식이 오르면 주식으로 받고 아니면 현금으로 받는 조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이번 인수 합병은 반도체 업계 최대 빅딜이긴 하지만, ARM의 가치에 비해 과도하다는 논쟁은 남을 것 같습니다. 애초 320억 달러에 주고산 소프트뱅크도 너무 고가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400억 달러는 ARM의 중요성을 생각해도 적은 액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20억 달러도 안되는 회사를 40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것은 솔직히 생각하기 힘든 일로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엔비디아가 이를 이용해서 배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ARM도 지금 상태에서는 거품이지만, 그건 엔비디아 주식도 마찬가지이니까요.
황회장의 노림수는 ARM의 IP에 엔비디아의 GPU 및 AI 용 텐서 코어 기술을 집어넣어 반도체 라이센스 시장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말리 GPU는 너무 성능이 떨어졌던 게 사실입니다. 엔비디아가 이 시장에 뛰어들면 시장 판도에 파란이 일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AMD와 계약을 맺고 라데온 IP를 모바일 AP에 적용하는 삼성이나 자체 GPU (과거 AMD에서 인수)를 지닌 퀄컴의 대응도 궁금합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포인트는 엔비디아가 서버 칩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 관측입니다. 현재 슈퍼컴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 가운데 인텔과 AMD는 모두 자체 CPU와 GPU를 지니고 있습니다. CPU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텔과 AMD에 슈퍼컴퓨터 용 GPU를 공급하기 힘든 구조인 것입니다. 현재는 IBM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ARM을 인수하는 만큼 결국 ARM의 서버 칩 설계 기술을 이용해 자체 서버 칩을 만들어 인텔, AMD와 경쟁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참고
https://www.tomshardware.com/news/nvidia-announces-arm-acquisition-for-dollar40-bil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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