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illustration of a parasitic whipworm from an 1830 french zoology textbook (Wikimedia Commons).)
우리 몸에서 사는 기생충, 특히 장 안에서 사는 기생충에게는 한 가지 독특한 능력이 있습니다. 본래 산소를 이용해서 생활하던 친척과는 달리 산소가 없는 환경에 적응해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숙주의 장 내부는 영양분이 넘치지만, 산소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장내 세균이나 기생충 모두 산소가 없는 환경에 적응해야만 합니다. 단세포 박테리아야 본래 혐기성 세균이 많으니 놀랄 일이 아니지만, 종종 수m에 달하는 거대한 몸길이를 지닌 기생충이 무산소 호흡을 할 수 있게 진화했다는 점은 사실 놀라운 일입니다.
토로토 대학의 앤드류 프레이저 교수 (Andrew Fraser, a senior author and a professor of molecular genetics in the Donnelly Centre for Cellular and Biomolecular Research at U of T's Faculty of Medicine)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비밀을 밝혀 기생충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했습니다.
기생충이 저산소 혹은 무산소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전자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인 코엔지임 Q 혹은 유비퀴논 (Coenzyme Q, 혹은 ubiquinone)을 대신할 수 있는 로도퀴논 (rhodoquinone) 덕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로도퀴논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다른 인간과 다른 동물에서도 볼 수 있어 함부로 억제 물질을 만들 순 없습니다. 기생충에 특화된 로도퀴논 억제제가 필요합니다.
연구팀은 예쁜 꼬마 선충 (C. elegans)을 이용해서 무산소 환경에서 살아남는데 필요한 정확한 메카니즘을 밝혔습니다. 예쁜 꼬마 선충 자체는 기생충이 아니지만, 다른 기생 선충류와 매우 가까운 근연 관계이며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예쁜 꼬마 선충과 다른 선충에서 볼 수 있는 COQ2 (코엔자임 Q2) 효소의 로도퀴논 대체제인 로도퀴논 A와 E 변이형을 찾아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무산소 환경에서도 호흡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은 로도퀴논 E입니다. 로도퀴논 E가 없는 예쁜 꼬마 선충 모델은 무산소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평상시 존재하던 로도퀴논 A가 E로 스위칭되면 예쁜 꼬마 선충을 무산소 환경에서도 살 수 있었습니다. 로도퀴논 E는 인체 기생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도퀴논 E는 사람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기 때문에 연구팀은 앞으로 기생충 치료에 새로운 목표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 치료제 개발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아직도 맹위를 떨치는 기생충 질환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June H Tan et al. Alternative splicing of coq-2 controls the level of rhodoquinone in animals, eLife (2020). DOI: 10.7554/eLife.56376
https://phys.org/news/2020-08-molecular-parasites-survive-oxygen-ho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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