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elly-up antlion larva remaining motionless for an unpredictable period testing to destruction the patience of potential predators. Credit: Professor Nigel R. Franks, University of Bristol)
많은 동물들이 천적을 만나면 살기 위해 도망칩니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 죽은 척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은 곤충의 세계에서도 일어납니다. 시체를 선호하는 포식자도 있지만, 이미 죽어서 부패가 진행된 먹이보다 신선한 먹이가 가치가 더 높기 때문에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운에 맞기는 것이긴 하지만, 어차피 100% 잡힐 것 같은 상황에서는 생존 가능성으로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방법인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죽은 척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너무 오래 죽은 척을 하면 다른 포식자의 눈에 띄어 오히려 살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브리스톨 대학의 나이젤 프랭크스 교수(Professor Nigel Franks)가 이끄는 연구팀은 죽은 척을 하는 곤충 중 하나인 명주잠자리 유충(antlion larvae)을 대상으로 사진처럼 몸을 뒤집고 죽은 척 하는 시간을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예상밖이었습니다. 명주잠자리 유충들은 정해진 시간 없이 랜덤하게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것도 좋은 전략 중 하나라고 판단했습니다. 천적 입장에서는 진짜 죽었는지 몇 분 정도 기다려보는 것이 의미 없기 때문입니다. 호흡 등 생존 징후를 파악할 수 없다면 새로운 먹이를 구하러 가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입니다.
정해진 규칙보다 아예 규칙이 없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예리한 통찰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Post-Contact Immobility and Half-Lives that Save Live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020). rspb.royalsocietypublishing.or … .1098/rspb.2020.0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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