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하수도에서 발견된 위험한 내성 세균



(A combined sewer overflow outfall. Credit: 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현재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않고 있지만, 점차 늘어나는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21세기 가장 심각한 보건 위협 중 하나입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항생제는 물론이고 가축 등에 사용하는 막대한 양의 항생제가 환경으로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세균들이 토양과 물에 흔해지고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항생제들이 효과를 잃게 되면 20세기 이후 이룬 의학적 성과들의 상당 부분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럿거스 대학의 윌리엄 R. 모랄레스 메디나(William R. Morales Medina,)가 이끄는 연구팀은 하수도 (Sewer)에 존재하는 생물막 (biofilm)이 종종 매우 위험한 항생제 내성균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세균들은 거친 환경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포 주변에 분비물을 만들어 막을 형성하는 데, 이를 생물막이라고 합니다. 생물막은 자연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그 자체로는 크게 해롭지 않지만, 인체에 침투한 병원균이 생물막을 형성하면 항체 같은 면역 시스템과 항생제 같은 치료약에 내성을 지녀 골치 아픈 존재가 됩니다. 


 당연히 생물막은 하수관과 하수 처리 시스템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수 자체에 세균이 많기 때문이입니다. 그런데 소변과 대변을 통해 나온 항생제가 하구수를 통해 노출되면 이 세균들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우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증식한 항생제 내성균이 자연 상태로 퍼져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생물막으로 보호 받는 항생제 내성균이 일반적인 하수관 청소용 표백제 및 살균제로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하수관의 재질이 생물막의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콘크리트 하수관의 경우 표면이 울퉁불퉁해 생물막이 생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반면 표면이 매끈한 PVC 관의 경우 표백 및 살균제에 생물막이 더 효과적으로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으로 하수 시스템 내성균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것입니다. 


 코로나 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는 알 수 없지만,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통해 언젠가는 통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지만 이것과 무관하게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점점 커질 것입니다. 항생제 처방 건수나 감염에 취약한 고령자의 숫자가 자꾸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 사태 역시 사스나 메르스처럼 우리가 위협을 인지하고 준비할 시간이 있었지만,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탓에 문제가 커졌습니다. 항생제 내성균 확산 역시 더 손쓰지 못할 정도로 문제가 커기지 전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참고 


William R. Morales Medina et al, Sewer biofilm microbiome and antibiotic resistance genes as function of pipe material, source of microbes, and disinfection: field and laboratory studies, Environmental Science: Water Research & Technology (2020). DOI: 10.1039/D0EW00265H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