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Phoenix Consortium)
영국 포츠머스에 있는 한 창고에서 매우 독특하게 생긴 비행선 하나가 테스트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피닉스 컨소시엄 (Phoenix Consortium)이 개발하는 15m 길이의 피닉스가 그 주인공인데, 가장 독특한 부분은 프로펠러나 제트 엔진 같은 다른 동력 장치 없이 부력 만으로 추진력을 낸다는 것입니다.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그 원리는 이미 19세기에 등장했습니다.
1864년 미국 뉴저지에 사는 솔로몬 앤드류스 (Solomon Andrews)가 미국 특허청에 신청한 특허 (U.S. Patent 43,449)에는 부력과 날개를 이용해서 비행선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비행선 자체는 수소를 이용해서 부력을 만드는데, 일정 고도 이상 상승한 후 수소를 배출해 부력을 줄이면 글라이더처럼 활강하면서 앞으로 비행하게 됩니다. 충분히 내려온 후에는 다시 수소를 충전해 상승하는 원리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수소를 계속 잃게 되므로 앤드류스는 수소를 다시 저장하는 방식도 특허를 냈으나 어느 쪽이든 당시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이후 이 방법은 종종 시도되긴 했지만, 비행선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면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다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습니다. 장시간 공중에서 체공하면서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지 않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닉스 프로젝트는 영국 정부 기관, 민간 회사, 대학 등에서 350만 파운드의 예산을 제공 받아 진행되는 부력 추진 비행선 프로젝트입니다.
15m 길이의 프로토타입 비행선인 피닉스는 수소보다 부력은 낮지만, 더 안전한 헬륨을 이용해서 부력을 만들며 태양 전지판이 있는 10m 폭의 날개를 이용해서 활강합니다. 태양 전지는 헬륨을 담았다가 다시 채우는 시스템 및 비행선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위해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밤에는 3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이용해서 비행선을 제어합니다.
비록 부력을 이용해서 비행하지만, 피닉스의 목적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장시간 떠 있으면서 항공 감시 및 통신 중계 시스템으로 활용이 가능한지를 검증하는 것입니다. 다만 현재 버전의 피닉스는 그렇게 높이 날지는 못합니다. 페이로드도 150kg을 넘지 못합니다. 연구팀은 20km 고도까지 상승이 가능하고 100kg 정도의 페이로드를 지니면서 장시간 공중에서 저고도 위성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율 비행 비행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실현 가능할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정말 단순하고 기발한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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