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jamin Johnson inspects an outcrop in the Panorama district by what was once an ancient hydrothermal vent. Credit: Jana Meixnerova)
32억년 전 초기 지구가 영화 워터 월드처럼 마른 육지가 거의 없는 바다 행성이었을지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콜로라도 대학의 보스웰 윙(Boswell Wing, associate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Geological Sciences at the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교수와 그 동료들은 이런 연구 내용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습니다.
지구는 지금도 표면적의 71%가 바다인 행성이지만, 본격적인 판운동이 시작되기 전에는 대륙의 면적이 지금보다 더 작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실 육지를 모두 깍아 바다에 매립하면 육지는 하나도 남지 않습니다. 지각 가운데 특히 두꺼운 대륙이 있기 때문에 지구에 육지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연구팀은 호주 북동부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단서를 가지고 있는 32억년 전 지층을 발견했습니다. 이 지층 자체는 바다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여기에 포함된 동위원소 정보는 고대 지구의 육지 비율에 대한 단서를 담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100개의 암석 샘플에서 산소 16과 산소 18 동위원소 비율을 계산해 이 시기 지구에 육지가 거의 없었다는 증거를 확인했습니다.
산소 18은 자연계 산소의 대부분인 산소 16에 비해 양은 적지만, 무겁기 때문에 이를 포함한 물 분자 역시 쉽게 증발하지 않습니다. 현대의 육지는 산소 18 비중이 현저히 높은 반면 바다의 산소 18 동위원소 비율은 낮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고대 바다에서 형성된 지층에는 산소 18 동위원소 비율이 높았습니다. 이는 영화 워터월드처럼 바다의 면적이 매우 높았음을 시사하는 증거입니다.
다만 이것이 당시 지구가 육지가 없는 바다 행성이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마른 땅은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육지 면적이 크지 않았다는 이야기죠. 사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모두 녹아도 전체 육지의 대부분은 잠기지 않습니다. 영화와 비슷한 형태의 행성은 미래의 지구가 아니라 까마득한 과거인 초기 지구일 것입니다. 물론 그런 것을 염두에 둔 영화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역설입니다.
참고
Limited Archaean continental emergence reflected in an early Archaean 18O-enriched ocean, Nature Geoscience (2020). DOI: 10.1038/s41561-020-0538-9 , https://nature.com/articles/s41561-020-05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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