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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크기를 줄인 말의 조상과 반대로 키운 맥의 조상?



(Window into the 47 million year old ecosystem of the Geiseltal fossil locality with the small-sized horse-ancestor Propalaeotherium on the left, the ancient tapir Lophiodon in the middle, and a young terrestrial crocodile Bergisuchus in the background. Credit: Márton Szabó)

(Exceptionally well fossilized skeletons of the ancient tapir Lophiodon (top) and the ancestral horse Propalaeotherium (bottom) from the middle Eocene Geiseltal locality (Germany, Saxony-Anhalt). Credit: Oliver Wings)


 튀빙겐 대학의 마르톤 라비 박사(Dr. Márton Rabi from the University of Tübingen and the Martin Luther University Halle-Wittenberg (MLU))가 이끄는 독일의 고생물들이 독일 동부 게이셀탈 (Geiseltal)의 지층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에오세 (Eocene) 중반인 4700만년 전 말의 오래된 조상과 맥(Tapir)의 오래된 조상 화석을 연구하던 중 본래 몇 개의 다른 종이라고 생각했던 화석들이 사실은 하나의 종이 100만년 간 변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산소와 탄소 동위원소를 이용한 정밀한 연대 측정을 통해 100만년 동안 말의 조상에 해당하는 신생대 초기 동물인 프로팔라에오테리움 Propalaeotherium의 몸무게는 39kg에서 26kg으로 줄어든 반면 맥의 조상에 해당되는 로피오돈 Lophiodon의 몸집은 124kg에서 223kg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큰 몸집과 작은 몸집은 각기 장단점이 있습니다. 몸집이 작을수록 적은 먹이로도 생존이 가능해지고 개체수가 많아지므로 환경이 나쁠 때 자손을 남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 수명이 짧아지는 만큼 번식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빠른 속도로 개체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런 전략을 선택한 대표적인 포유류는 쥐일 것입니다. 반면에 몸집이 커지면 포식자의 공격에서 매우 안전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수명도 같이 길어지므로 한 개체가 자손을 남길 수 있는 시간도 길어집니다. 이런 전략을 택한 대표적인 포유류는 코끼리입니다. 


 연구팀은 에오세 중기에 게이셀탈 지층을 연구해 당시 기후 변화를 포함한 큰 환경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당시에는 지구가 지금보다 더웠고 독일 지역은 열대 혹은 아열대 기후대에 속했습니다. 지금의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과 비슷한 환경에서 말과 맥의 조상은 정반대의 생존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애매한 생존 전략으로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를 다투는 것보다 오히려 특화되어 서로 다른 생태학적 지위를 차지하는 편이 모두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이 같은 장소에서도 다양한 생물을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무튼 예외적으로 잘 보존된 화석 덕분에 시간에 따른 생물 진화를 상세히 확인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인 것 같습니다. 


 참고 


Simon J. Ring et al. Divergent mammalian body size in a stable Eocene greenhouse climate, Scientific Reports (2020). DOI: 10.1038/s41598-020-603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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