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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5000 만년전의 기묘한 동거 커플



 남아프리카의 카루 분지 (Karoo Basin) 의 지층을 조사하던 고생물학자들은 아주 기묘한 커플을 발견했습니다. 다국적 과학자 팀이 조사한 것은 대략 2억 5000 만년전 홍수가 나면서 침전물이 흘러들어 막힌 굴이었습니다. (이를 fossilised burrow casts 라고 부름) 이 굴은 당시 살았던 어떤 동물의 보금자리로 정확한 거주자를 밝히기 위해 연구자들은 싱크로트론 (Synchrotron) 을 이용한 비파괴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이것 자체는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닌데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굴에는 한가지 동물이 아니라 두가지 동물이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커플은 포유류를 닮은 파충류인 수궁류(Therapsida)에 속하는Thrinaxodon 와 양서류인 Broomistega 으로 전자는 오늘날 포유류의 조상으로 지목되는 그룹이고 후자는 Temnospondyl 라는 지금은 멸종한 양서류의 그룹에 속합니다. 즉 서로 다른 강 (class) 에 속하는 그룹으로 두 동물은 정상적인 (?) 암수 한쌍 커플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암수 여부는 화석으로는 판단할 수 없지만)  


 화석이 남겨주는 정보는 제한적이라 이 burrow cast 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습니다. 일단 발굴이 진행된 남아프리카는 2억 5000 만년 전 페름기 대멸종과 트라이아이스기 시작 부근 시점에 초대륙 판게아의 일부였습니다. 당시에는 극심한 온난화와 몬순 기후가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극단적인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당시 살았던 수궁류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굴을 파고 뜨거운 건기를 피하기 위해 여름잠을 잤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이 지역에서는 이런 burrow cast 들이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첫번째 가능성은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을 포식하기 위해 주거지에 침입한 경우입니다. 그러나 프랑스에 있는 European Synchrotron Radiation Facility (ESRF) 의 X-ray synchrotron computed microtomography 이미지는 그에 합당한 증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비록 Broomistega 의 갈비뼈에서 살아있는 동안 생긴게 분명한 골절의 흔적을 찾았지만 이 골절은 치유의 흔적이 있어 사망 당시에 생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연구팀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들의 화석에는 이빨 자국 같은 포식행위로 볼 수 있는 뼈의 상흔이나 흔적이 없었습니다.


 이전의 burrow cast 를 볼 때 굴을 파고 보금자리를 만든 것은 아마도 Thrinaxodon 인 것 같다고 연구팀은 전했습니다. 왜냐하면 이전에도 발견된 사례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Broomistega 의 경우 처음 완전한 골격이 발견된 희귀종으로 아마도 남이 만든 굴에 더부살이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서로 잡아 먹은 것도 아니라면 어떻게/왜 그렇게 될 수 있었을까요 ? 



(여름잠을 자고 있는 Thrinaxodon 옆으로 기어들어가는 Broomistega. 의 상상도  Artist impression of Broomistega seeking shelter in Thrinaxodon's burrow. (Credit: Image courtesy of 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    


 화석만으로 이들이 어떤 관계였는지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지만 연구팀은 그냥 굴을 공유하는 관계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화산재에 덮힌 폼페이 시민처럼 이 화석화된 동물들은 작은 뼈까지 완전히 보전되어 하나가 다른 하나를 잡아먹었을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Thrinaxodon  의 경우 다른 burrow cast 에서 몸을 웅크린채 (아마도 여름잠을 자는 모습으로 생각됨) 발견되는 화석이 많은데 이 화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Broomistega 가 사이좋게 있었는데 포즈로 봤을 때 죽는 순간 까지 편히 쉬고 있다가 갑작스런 홍수에 밀려온 토사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현재에도 거주지를 공유하는 공생관계의 동물들은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식물과 동물사이에도 공생 관계가 형성 될 수 있기 때문에 양서류와 포유류형 파충류가 공생 했더라도 문제될 것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이 굴을  Thrinaxodon 가 만들었다고 생각할 경우 Broomistega 는 무슨 기여를 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 무단 침입해서 남의 집에서 잠을 잤던 것 일까요.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요 ? 


 화석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지만 아무튼 기묘한 동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남의 집에 슬쩍 들어가 잠만 자고 나왔을 가능성이 가장 그럴 듯해 보이는데 - 매우 더운 건기에는 이것도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Broomistega 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겠죠 - 이 경우 집주인이 깨기전에 먼저 깨서 집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과연 진실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 지금으로썬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Vincent Fernandez, Fernando Abdala, Kristian J. Carlson, Della Collins Cook, Bruce S. Rubidge, Adam Yates, Paul Tafforeau.Synchrotron Reveals Early Triassic Odd Couple: Injured Amphibian and Aestivating Therapsid Share Burrow.PLoS ONE, 2013; 8 (6): e64978 DOI: 10.1371/journal.pone.0064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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