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153 - 마침내 성간 우주 (interstellar space) 로 진입하는 보이저 1 호




 2012 년 말 태양풍이 미치는 거의 마지막 공간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도달한 보이저 1 호는 지금은 완전히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인 성간 우주 (interstellar space) 에 도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이를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었습니다. 


 이전 포스트 보기 

 태양계의 모험자들 (보이저 1호) : http://blog.naver.com/jjy0501/100100991877 
 태양계의 끝을 향해가는 보이저 1호 :  http://blog.naver.com/jjy0501/100145420674 
 보이저 1 호 35 주년 기념 포스트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6642485
 미지의 영역으로 다가선 보이저 1 호 : http://blog.naver.com/jjy0501/100173213553


 이전 '미지의 영역으로 다가선 보이저 1호'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보이저 1 호는 태양 자기장 (sun's magnetic field lines ) 과 성간 자기장 (interstellar magnetic field lines ) 이 연결되는 태양계의 외곽지역인 마그네틱 하이웨이 (Magnetic Highway)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 지점을 지나면 이제 태양에서 나오는 입자의 흐름인 태양풍의 영향은 사실상 거의 사라지고 성간 물질의 흐름이 지배하는 곳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물론 그 밀도는 극도로 희박해서 사실 우리가 느끼기에는 진공이긴 하지만 별과 별 사이의 공간도 완전한 진공이 아니라 아주 희박한 원자들이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성간 공간의 평균 입자의 밀도는 대략 입방 미터당 100 만개 정도로 생각되는데 이러면 많은 것 같지만 사실은 진공 상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1 ㎤ 당 원자 한개 있을까 말까한 수준이니까요. 그 원자의 대부분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물질인 수소입니다. 태양풍은 이보다 더 밀도가 높아서 5 ~ 10 양성자 (수소원자핵) / ㎤ 의 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태양계 안쪽은 밀도가 높은 태양풍이 성간 물질의 흐름을 차단하고 태양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이저 1,2 호의 위치. 보이저 1 호는 태양권의 가장 밖인 Heliosheath 의 가장 자리를 통과하는 것으로 보임. This artist's concept shows how NASA's Voyager 1 spacecraft is bathed in solar wind from the southern hemisphere flowing northward. Image credit: NASA/JPL-Calt )


 현재 보이저의 위치는 지구에서 124.66 AU (1.865×1010 km, 2013 년 6월 28일 기준)   정도 입니다. 물론 태양계의 끝에 '여기서부터는 성간 우주입니다' 라는 표시판 같은 건 없기 때문에 36 년째 작동을 하고 있는 보이저 1 호의 관측 기기들의 분석을 이용해 성간 우주로 진입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작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보이저 1 호가 태양에서 나오는 입자의 밀도는 점점 낮게 측정하는 대신 태양계 외부 물질을 점점 더 밀도가 높게 측정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태양풍의 영향에서 벗어나 성간 매질 (interstellar medium) 속으로 점점 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Science 에 기재된 3 편의 논문은 더 구체적으로 보이저 1 호의 성간 우주 진입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의하면 보이저 1 호가 성간 우주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알려줄 3 가지 징후 중 2가지가 포착되었습니다. 첫번째는 태양에서 나오던 입자 (charged particle from sun) 가 이제 거의 검출되지 않습니다. 두번째는 우주선 (Cosmic Ray) 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 징후는 발견되었습니다. 세번째 징후는 성간 자기장 (interstellar magnetic field) 속으로 보이저 1 호가 들어감에 따라 자기장의 방향이 바뀌는 것인데 아직 이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 전이 지대인 마그네틱 하이웨이를 지나는 중입니다. 


 과연 보이저 1 호가 언제 완전히 성간 자기장과 성간 물질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들어가 태양풍과 태양 자기장의 영향에서 벗어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마지막 전이 지대라고 해도 사실 수억 에서 수십억 km 정도 크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이저 1 호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우주선 가운데 하나 (17060 m/s 혹은 시속 61400 km) 이지만 이 지역을 완전히 벗어나는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현재 태양권의 마지막에 진입한 보이저 1 호. 언제 완전히 빠져나가게 될지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음. Image credit: NASA/JPL-Caltech )


 하지만 이제 지구에서 186 억 km 이상 떨어진 보이저 1 호는 우리가 성간 매질이라는 공간으로 진입하는 중 인게 확실합니다. 물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제 태양계를 떠난 첫번째 우주선이 되는 셈입니다. 다만 태양 중력에 영향을 받는 천체들인 오르트 구름을 태양계의 외각으로 정한다면 아직도 갈길이 한참 멀었다고 할 수 있겠죠. 124 AU 라는 먼 거리까지 간 보이저 1 호지만 아직 오르트 구름의 안쪽에도 도달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0 억 km 이상이라는 아득한 긴 거리를 여행한 우주 여행자 보이저 1 호에 대해서 우리 인간이 특별한 감정을 가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참고   
  

     
Journal References:

1. L. F. Burlaga, N. F. Ness, E. C. Stone. Magnetic Field Observations as Voyager 1 Entered the Heliosheath Depletion RegionScience, 2013; DOI: 10.1126/science.1235451

2. S. M. Krimigis, R. B. Decker, E. C. Roelof, M. E. Hill, T. P. Armstrong, G. Gloeckler, D. C. Hamilton, L. J. Lanzerotti. Search for the Exit: Voyager 1 at Heliosphere’s Border with the GalaxyScience, 2013; DOI: 10.1126/science.1235721

3. E. C. Stone, A. C. Cummings, F. B. Mcdonald,†, B. C. Heikkila, N. Lal, W. R. Webber. Voyager 1 Observes Low-Energy Galactic Cosmic Rays in a Region Depleted of Heliospheric IonsScience, 2013; DOI: 10.1126/science.123640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