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을 쓰는 시점에서 최종적으로 기초연금/기초 노령 연금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2013 년 중간시점까진 상당한 갈등과 잡음이 발생하면서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소한 현 정부의 공약 사항인 '기초 연금은 도입 즉시 65 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에 현재값의 두배 지급' (공약집 57 페이지 하단 문장 그대로 인용) 은 가능하지 않다는 데 정치권의 공감대가 이뤄진 것 같지만 공약 파기라는 반발을 비켜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2013 년 3월 20일 기초 노령 연금/기초 연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목적으로 국민행복 연금위 (위원장 :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 가 구성되었습니다. 이 위원회는 사용자 대표 2 명, 근로자 대표 2명, 지역 대표 2 명, 세대 대표 4 명 등 민간 및 정부 대표가 모여 논의를 진행했는데 이 중 노동자와 농민을 대표해 나왔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표가 지난 6월 27일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국민행복연금위는 파행을 면치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정부가 결국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 연금을 지금하는 방향에서 후퇴해 지급을 축소하는 방안을 강요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시점에서는 일단 여러가지 안들이 나와있는데 가장 연금 지급을 적게 하는 방안마저 막대한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공약처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게 개인적 생각입니다. 아마 이부분은 누가 당선되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안들은
-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20만원 정액 지급 방안
-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모든 노인에게 월 4~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인수위원회 방안
-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 균등부분(A값)과 기초연금을 합쳐 20만원이 되도록 맞춰주는 '보충식' 기초연금방안
- 65세 모든 노인에게 소득구간에 따라 최고액 월 20만원부터 시작해 차등 지급하는 방안
-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소득구간에 따라 최고액 월 20만원부터 시작해 차등 지급하는 방안
- 소득인정액(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소득을 합친 금액)이 최저생계비 150% 이하인 소득 하위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
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을 하는데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먼저 공약 파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통령직 인수 위원회 방안 (위에서 두번째) 의 경우 보건 복지부 추산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인 2014~2017년에 4년간 총 44조3천억원
2020년 연간 19조1천억원(국내총생산 대비 비중 0.9%)
2040년 연간 116조6천억원(국내총생산 대비 비중 2.2%)
2060년 연간 273조원(국내총생산 대비 비중 2.8%)
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참고로 2060 년이 국민 연금 소진 예상 시점) 그냥 생각해도 이런 예산을 어디선가 만들어 낸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적어 보입니다. (그나마 본래 공약보다 돈이 적게 드는 대통령직 인수위 안이 그러니 공약이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 정부에서는 어찌어찌 해서 예산을 마련한다 쳐도 다음 정부에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안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위의 추정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점차 노령화가 심해지고 평균 수명이 매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연금을 받아야 하는 노인의 수는 계속 늘고 세금을 부담할 경제 활동인구는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2060 년에 이르면 적어도 65 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3 에서 2/5 까지 이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저출산과 평균 수명 증가가 합쳐져 한국은 미래 초 노령 국가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사실 노인 빈곤 문제가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고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막아줄 어떤 사회적 안전판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는 있습니다. 따라서 기초 노령 연금은 어떤 형태로든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역시 재원입니다.
따라서 여러가지 대안이 나왔으나 유력하게 나온 것 가운데 하나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만 지급하되 국민 연금 균등 부분과 기초 연금을 합쳐 20 만원을 맞춰주는 보충식 방안입니다. 이 방법은 향후
박근혜 정부 임기인 2014~2017년 4년간 36조1천억원
2020년 연간 14조9천억원(국내총생산 대비 비중 0.7%)
2040년 연간 68조4천억원(국내총생산 대비 비중 1.3%)
2060년 연간 92조7천억원(국내총생산 대비 비중 1.0%)
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어 여전히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결국 차기 정부에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안기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국민 연금과 합쳐 한달 20 만원이라는 액수 역시 노후 보장을 위해서 충분하다곤 할 수 없어서 결국 인상 여부를 두고 또 갈등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큰 갈등의 소지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역차별입니다. 국민 연금을 오래 납부했던 사람은 이른바 보충식 기초 연금에서 돈을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충을 해줄지는 100% 확정되지 않았으나 예를 들어 합쳐서 얼마 하는 식이면 결국 국민 연금 낸 사람은 기초 연금을 적게 받거나 아예 못받을 수 있으며 기초 연금이 국민 연금 미 가입자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역차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초 연금이 최소한의 노후 복지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국민 연금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고 재산이나 다른 소득도 없는 노인들에게 먼저 지급되는게 순리상 맞기는 하겠지만 국민 연금 가입자는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며 국민 연금 임의 가입자의 이탈도 우려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를 들어 일부 대표들이 반발하면서 국민 행복 연금위는 파행을 맞고 있지만 예산이 없는 만큼 결국 정부측 안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도 몇가지 문제는 존재합니다. 우선 이번 정부에서는 어떻게든 예산을 확보한다쳐도 미래 정부는 더 많은 노인들에게 기초 연금을 지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예상됩니다. 또 국민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적게 받는 노인을 위한 보충식 보험은 결국 국민 연금의 예상 소진 시점인 2060 년 이후에는 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 국민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 이미 연금 낸 가입자의 반발은 연금 낸 적이 없는 노인들이 기초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데서 폭발할 수 있습니다.
사실 미래 연금 제도의 또 다른 시한 폭탄인 국민 연금의 경우 보험료율을 현행 9% 에서 13% 까지 인상하는 안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매번 가입자의 강력한 반발에 무산된 역사를 생각하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국 한국이 초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연금 및 사회 보장 제도를 갖추긴 해야 하는데 막대한 비용 부담을 위해 연금 보험료나 혹은 세금을 올리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한 갈등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북미와 유럽,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연금 문제는 큰 이슈이긴 하지만 한국의 경우 아주 빠른 산업화와 그 이상 빠른 노령화 때문에 제대로 연금 시스템을 갖추기도 전에 노령 사회에 진입하게 되어 이와 같은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국 구조적으로 연금 문제로 인한 사회적 진통은 필연적란 이야기죠.
덧 ) 합의문 발표 : http://blog.naver.com/jjy0501/100192203680
덧 ) 합의문 발표 : http://blog.naver.com/jjy0501/100192203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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